“한 번 입고 버리는 옷은 그만”… ‘친환경 패션’ 가치 알리는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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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아-서지흔 네이크스 공동대표
의류 과잉생산-국제 불평등 고민… 2019년 네이크스 론칭 ‘의기투합’
친환경 가죽으로 옷-잡화 만들어… KAIST ‘SE MBA’ 통해 난관 극복
1년 만에 매출액 1억원 넘게 늘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DDP디자인장터에 있는 ‘네이크스’ 매장에서 서지흔(왼쪽), 서인아 공동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네이크스는 선인장 가죽과 한지 가죽 등을 이용해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DDP디자인장터에 있는 ‘네이크스’ 매장에서 서지흔(왼쪽), 서인아 공동대표가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네이크스는 선인장 가죽과 한지 가죽 등을 이용해 친환경 의류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의류 판매 회사가 아니라 ‘환경을 위한 패션’이라는 가치를 알리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만난 서인아(30) 서지흔(30) 네이크스 공동대표가 강조한 회사의 목표다. 네이크스는 선인장 가죽 등을 이용해 친환경 의류를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19년 설립된 네이크스는 KAIST 사회적 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SE MBA) 과정의 지원을 받고 성장했다.

○ 오래 입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옷

네이크스 공동대표 두 사람은 대학 동창이다. “학부 때 친하지 않았다”는 이들은 2016년 서지흔 대표가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재회했다. 한 명품 브랜드에서 근무하던 서지흔 대표는 의류 생산은 저개발 국가가 맡고 소비는 돈 많은 국가에서 담당하는 괴리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서인아 대표 역시 당시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에서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면서 ‘옷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는 고민이 컸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목표로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019년 1월 오래 쓸 수 있는 가죽 벨트를 시작으로 네이크스를 론칭했다. 네이크스라는 이름은 영어로 뱀을 뜻하는 ‘스네이크(snake)’를 재조합해 만들었다. 영원과 순환 등을 상징하는 뱀이야말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두 사람의 지향점과 맞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이들은 친환경 가죽을 이용한 의류 제작에 집중했다. 버섯 균사체 가죽, 한지 가죽, 선인장 가죽 등을 이용해 의류와 잡화를 만들었다. 버려진 가죽을 갈아 다시 합착시킨 재생 가죽 가방도 선보였다. 한지 가죽으로 만든 검은색 크롭톱은 마마무의 화사 등 연예인이 착용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으로 300여 명의 티셔츠를 기부받아 이를 다시 디자인한 업사이클 티셔츠도 만들었다.

○ “의류 제작 넘어 ‘친환경 패션’ 가치 확산 목표”

이들은 KAIST SE MBA 과정을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젊은 스타트업’이 겪는 어려움을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었다. 지난해 SE MBA 과정에 입학해 수업을 듣던 서인아 대표는 “회사 제품 디자인 외에 경영 부문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공급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왔던 관점을 패션 소비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크스는 KAIST,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인 스파크랩과 행복나래가 주관한 창업 육성사업 기업에 선정돼 먼저 친환경 패션 사업을 시작한 선배들로부터 멘토링을 받았다. 서인아 대표는 선배들과의 만남을 통해 친환경 의류 제작에서 나아가 지속가능한 패션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으로 네이크스의 목표를 잡았다고 말했다.

서지흔 대표는 “멘토링을 받기 전에는 ‘패션 브랜드는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소비자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경험할 수 있는 참여 캠페인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크스는 질적인 성장과 함께 양적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2020년 기성복인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출시한 직후 매출이 1800만 원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1억2000만 원의 매출을 올려 1년 만에 약 7배로 성장했다.

스포츠 강습 중계 플랫폼 ‘리포츠’ 변민지 대표, 이동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베라빗’ 원영오 대표도 지난해 SE MBA 과정에 입학해 지원받고 있다.

리포츠는 지난해 KAIST와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선정돼 집중적인 창업 육성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1월에는 수영 등 수상스포츠에서 겨울 야외 스포츠인 스키, 스노보드 강습까지 강좌를 늘렸다. 지난달에는 누적 거래액 1억9000만 원, 월간 방문자 수 1000명을 넘어섰다.

리베라빗은 김포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교통 약자인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동반자 등의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휠체어 전동보조키트, 수동 휠체어에 부착해 휠체어를 미는 사람이 편하게 휠체어를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인 ‘무빈’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KAIST와 스파크랩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선정돼 매출 5억 원을 달성했다.

청년 기업가 키워 ‘지속가능한 사회적 기업 생태계’ 만든다

KAIST ‘SE MBA’ 과정은
SK그룹과 협력 2013년부터 운영
일대일 멘토링-투자 지원 등 제공


KAIST 사회적 기업가 경영전문대학원(SE MBA) 과정은 KAIST 경영대학과 SK그룹이 협력해 2013년 신설했다. 역량 있는 청년 기업가를 양성해 지속 가능한 임팩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구체화하며, 이를 창업과 성공적인 경영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2년 전일제 과정이다.

사회적 기업 창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이미 창업해 활동하고 있는 사람은 SE MBA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기업, 정부, 비영리조직 등의 후원을 받아 MBA 과정 이후 사회적 기업 관련 업무를 하려는 사람도 지원할 수 있다. 신입생 모집은 매년 10월 시작한다. 입학설명회는 매년 8월경 진행한다.

SE MBA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신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후 창업 성과와 학업 성취도, 학업 수행 태도 등을 평가해 이를 충족시키는 경우에는 계속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1학년은 해외 현장연수를 갈 때 발생하는 학생 부담금도 학교에서 지원한다. 이 연수는 해외 소셜벤처 현장에 가서 지역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하거나, 사회적 기업 창업교육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의 프로그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까지 매년 1년에 1, 2주 동안 미국, 영국 등에서 진행했다.

SE MBA 과정은 수강생들이 창업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창업 전담교수와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으며 법률, 회계 등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SK그룹의 후원에 따라 창업 지원금과 사무실도 지원받을 수 있다. 재학생들은 소셜벤처 사업화 과정에 따라 KAIST 경영대학 교수진 및 외부 창업 전문가의 사업화 단계 집중 지도를 받는다. 사업 분야별로 외부 전문가 현장 멘토링과 창업지원 연계도 이뤄진다. 또 학생들이 창업을 할 경우 KAIST 산하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의 투자 대상으로 우선 검토된다.

SE MBA 과정은 지난해까지 졸업생 134명을 배출했다.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몽세누’ 박준범, 의류 공유 서비스 ‘클로젯셰어’ 성주희, 환자 맞춤형 식단 전문 소셜벤처 ‘잇마플’ 김현지 김슬기 대표 등이 동문으로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친환경 패션#스타트업#네이크스#의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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