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마을기업 ‘아름다운 동행’…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4년째 생일 케이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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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농조합법인 ‘마더쿠키’ 후원으로
작년까지 1000여명에게 선물 전달
건강한 빵으로 로컬푸드매장서 인기

강정래 마더쿠키 대표(오른쪽)가 이정희 완주군 교육아동복지과장에게 1월 생일을 맞은 취약계층 아동에게 전달할 빵과 쿠키가 담긴 선물박스를 건네고 있다. 완주군 제공
강정래 마더쿠키 대표(오른쪽)가 이정희 완주군 교육아동복지과장에게 1월 생일을 맞은 취약계층 아동에게 전달할 빵과 쿠키가 담긴 선물박스를 건네고 있다. 완주군 제공
19일 오후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가정집. 초인종이 울리자 방안에서 놀던 아이들이 현관 문 앞으로 뛰어갔다. 문 밖에는 황인호 완주군 아동통합사례관리사(44)가 ‘너의 생일을 축하해’라고 적힌 박스를 들고 서 있었다.

박스를 받아든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박스를 풀어봤다. 박스 안에는 빵과 쿠키가 가득 담겨 있었다. 아이들은 환한 얼굴로 “선생님 고맙습니다”를 연발했고, 엄마는 “매번 우리 아이들의 생일을 챙겨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황 사례관리사는 “1만∼2만 원짜리 생일 케이크를 사서 촛불을 밝히는 일이 일반 가정에서는 당연할지 모르지만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쉽지 않다”면서 “케이크를 전달할 때마다 너무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아이들과 부모를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전북 완주군은 2019년부터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생일 케이크 등 선물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생일상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탄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가족과의 유대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매년 300여 명씩 지난해까지 10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사랑이 가득 담긴 생일 케이크를 전달했다. 올해는 케이크 대신 빵과 쿠키가 들어 있는 선물박스를 아이들에게 배달한다. 완주군이 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을기업의 후원 덕분이었다.

올해로 4년째 후원을 이어오는 곳은 영농조합법인 ‘마더쿠키’다. 마더쿠키는 2010년 작은 쿠키 가게로 시작해 2년 뒤 마을기업으로 성장했다. 우리 밀과 쌀을 이용해 만든 20여 종류의 빵과 쿠키를 판다.

회사 이름에도 담겼듯이 엄마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빵과 쿠키를 만든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농산물을 사용해 맛있고 건강한 빵을 만든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완주 로컬푸드 매장에서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지역 20여 개 유치원에도 납품한다.

사업 초기 4명이었던 마더쿠키 직원은 현재 10명으로 늘었다. 결혼 이주여성과 60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직원들의 면면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선뜻 후원의 손길을 내밀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강정래 마더쿠키 대표(61)는 “사회적 약자인 이주여성, 노인들과 일을 하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자 후원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에게 전달할 케이크와 빵을 만드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힘을 내 일을 한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영업을 하는 동안에는 후원을 계속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여느 평범한 가정 아이들처럼 생일에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며 “회사도 더 성장시켜서 이주여성과 노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전북 완주군#마을기업#취약계층 아이들#너의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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