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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책-도시락 이젠 로봇배송… 규제샌드박스, 디지털 혁신 이끈다

입력 2022-01-05 03:00업데이트 2022-01-0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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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작년까지 198건 과제 승인
경기 성남시에서 볼 수 있는 자율주행 이동식 도서관 로봇(왼쪽)과 서울 강서구에서 실증 테스트 중인 실외 자율주행 로봇. 기존 기술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이들 사업은 모두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덕에 실현될 수 있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제공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는 지난해부터 서울 강서구에서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주행하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의 실증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점심 도시락이나 물건을 배달하는 로봇인데, 위치 인식 기능과 목적지까지의 지도 생성 및 경로 계획 등 자율주행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실증 테스트로 로봇의 성능을 확인하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올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은 차로 분류돼 보도와 횡단보도 통행이 제한된다. 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영상 촬영 등 식별 가능한 정보 수집·이용도 어렵다. 이런 규제에도 로보티즈의 실증 테스트가 가능한 이유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진행하는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제도 덕분이다.

○온라인·비대면으로 재편되는 사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 사회는 기존의 대면 중심에서 온라인·비대면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 세계 산업계는 전통 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각국의 산업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된 셈이다. 주요 선진국은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신산업 규제들을 철폐하고 기업의 혁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산업부는 2020년 8월 ‘디지털 기반 산업혁신 성장전략’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4월 후속 전략으로 ‘산업 디지털 전환 확산 전략’을 발표했다. 산업 디지털 전환이란 산업 전 과정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기업이나 업종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5개 과제를 선정해 3년간 280억 원을 지원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들을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에 연계했다. 규제샌드박스는 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 규제혁신으로 시장성 키운 자율주행 로봇
국내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과제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다. 비대면 사회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순찰이나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로보티즈의 실외 자율주행 로봇도 기존의 규제라면 실외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이 활성화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급증하는 물류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물류 체계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고 편리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원을 돌며 시민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로봇도 등장했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해 자율주행 기술을 공공서비스에 적용한 자율주행 이동식 도서관 로봇을 도입했다. 이 역시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에 선정된 덕에 가능했다. 현행 공원녹지법에 따르면 공원 내에서는 중량 30kg 미만의 동력장치만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식 도서관 로봇은 400kg이나 나가 기존 규제에서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성남시는 현재 생태하천과 근린공원에서 최대 4대의 자율주행 도서관 로봇을 활용한 도서대출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연내 정식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휴식 공간에서 도서관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는 지난해 말까지 총 198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이 중 107개 기업이 사업을 시작했고 누적 매출액은 789억 원, 투자금액은 2462억 원에 달한다. 신규 일자리도 403개가 생겼다. 석영철 KIAT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신산업 육성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혁신이 필수”라며 “‘산업융합 규제샌드박스’ 승인 기업이 실증 특례 이후에 사업화까지 성공해 디지털 사회 혁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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