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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2021 동아일보 ‘올해의 책’… 팬데믹 시대 위로의 한권

입력 2021-12-18 03:00업데이트 2021-12-1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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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본성, 공동체를 향한 고민… 연대하는 인간은 강하다 《코로나에 부동산 급등까지 모두의 어려움이 큰 한 해였습니다. 그래선지 출판인, 학자, 의료인 등 35명이 꼽은 ‘2021년 동아일보 올해의 책’은 유독 공동체나 연대를 다룬 양서들이 많습니다. 선정위원별로 3권씩 추천을 받은 결과, 1표 이상 얻은 책은 총 92권. 이 중 상위 10권을 추려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작은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학술팀 》

각계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최고의 책’ 2권(공동 1위). 브라이언 헤어 등이 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왼쪽)와 한강이 쓴 ‘작별하지 않는다’ 책 표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등 지음·이민아 옮김·396쪽·디플롯


각계 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소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2권을 택했다. 각 4표로 공동 1위.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혐오를 넘어 연대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집단 무의식이 책 선정에도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진화인류학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을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육체, 정신적 힘이 아닌 친화력이 인류 생존과 진화의 열쇠라고 강조한다. 호모사피엔스가 자신들보다 몸집이 크고 힘이 셌던 고인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은 게 대표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100명 이상이 함께 모여 산 호모사피엔스와 달리 네안데르탈인은 기껏해야 10∼15명이 한 무리를 이뤄 수적 열세를 보였다. 이는 호모사피엔스가 같은 집단의 동료들과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들 사이가 막힌 지금, 소통과 연대의 능력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추천한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북방고고학)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은 논리와 이성 대신 감성과 친화력으로 향한다. 이 책은 나의 ‘논리’가 아닌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최악의 상황에도 우리는 언제나 희망을 꿈꾼다. 이 책은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 기꺼이 다정한 마음 품기를 포기하지 않도록 북돋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는 평도 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332쪽·문학동네


2016년 영국 맨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2019년 인촌상 수상자인 한강이 5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역시 연대와 사랑을 말한다. 주인공 경하가 제주도에서 태어난 친구를 환영처럼 만나 1948년 4·3사건의 고통을 공유하는 이야기다. 한강은 올 9월 출간 후 인터뷰에서 “사랑이든 애도든 끝까지 끌어안고 나아가겠다는 결의를 제목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소설 속 세 여성은 역사 속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전하는 사랑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내가 올해 잊고 산 것은 무엇일까. 작별할 수 없는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는 평을 남겼다.

작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을 쓰고 악몽에 시달리는 경하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실제로 한강은 5·18 소재의 소설 ‘소년이 온다’(창비·2014년)를 쓰고 악몽을 꿨다고 밝혔다. 비극적 현대사가 남긴 상처는 작가 자신을 뛰어넘어 독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어둠에 묻힌 상처를 기억하는 자는 폭력에 길들지 않는다. 그들처럼 우리 또한 한순간 어이없이 거기 누울 수 있음을 느끼기 때문이다.”(장은수 출판평론가)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마이클 셸런버거 지음·노정태 옮김·664쪽·부키

“지구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뒤엎는다. 책을 읽고 나면 환경 문제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주연선 은행나무 대표)

환경운동에 30년간 투신한 저자가 기술과 경제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지켜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환경운동이 오히려 지구를 망치고 있다는 것. 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은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자연보호에 대한 기존 관념을 뒤집는다. 환경을 위한다고 생각한 재생에너지와 생활 속 실천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평했다.


■일본의 굴레



태가트 머피 지음·윤영수 등 옮김·660쪽·글항아리


“일본에 대해 안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해체되고 재조립됐다.”(김형보 어크로스 대표)

40년간 일본에서 산 미국인 저자가 외부자로서의 시각과 내부자로서의 이해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하며 일본 사회를 연구한다. 굴욕적일 만큼 친절한 서비스, 불평할 만한 일이 생겨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일본인의 모습 뒤에 숨겨진 참모습을 깊게 파고들었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포괄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내용의 충실함은 말할 것도 없고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너무도 유사해 책 속에서 우리 사회의 거울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지구의 짧은 역사



앤드루 H 놀 지음·이한음 옮김·304쪽·다산사이언스

“지구 역사를 짧고 쉽게 압축해 설명하는 훌륭한 입문서다. 현재의 지구를 살아가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권은희 까치글방 편집팀장)

미국 하버드대 자연사 교수가 장구한 지구 역사를 보기 쉽게 압축한 교양 과학서. 최신 연구 성과를 담고 있으면서도 어려운 개념을 유머로 쉽게 풀어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구과학자들이 어떻게 조사, 연구하는지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올해 이보다 읽기 쉬운 자연사 책이 있었나 싶을 정도.


■한국의 능력주의



박권일 지음·344쪽·이데아

“한국 사회에서 첨예한 능력주의 문제를 제대로 짚었다. 정치, 경제, 젠더 등 양극화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준다.”(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

능력주의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심리를 파고든 사회과학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시험에 합격하지 않거나 일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은 사람이 보상을 받는 데 대해 유독 분개한다.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전국축제자랑



김혼비 등 지음·320쪽·민음사

충남 예산부터 경남 산청까지 전국 방방곡곡 지역축제들의 이모저모를 한 권에 담았다. “아무도 관심 없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지자체 축제들임에도 하루 빨리 일상이 회복돼 가보고 싶게 만든다.”(조재은 양철북 대표)

전작들을 통해 독자층이 탄탄한 저자들인 만큼 말맛이 좋다. 황혜숙 창비 출판1본부장은 “쏟아져 나오는 에세이 중 절반 이상 읽지 못하는 책이 적지 않은데 이 책만큼 공들여 낄낄대며 읽은 경험이 드물다”고 했다. 현장을 답사한 뒤 쓴 여행기라 생생하다. “유쾌하고 정감 넘치며, 때로 우악스럽기도 했던 축제의 현장으로 우리를 옮겨 놓는 책”(박성열 사이드웨이 대표)이라는 평이다.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시드니 스미스 그림·김지은 옮김·52쪽·책읽는곰

이례적으로 그림책이 선정됐다. 캐나다 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을 더듬는 아이가 쉼 없이 흐르는 강물과 마주하며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을 그렸다.

선정위원들은 어린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고 평했다. “타인과의 다름이 틀림이나 나쁨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함이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나지막하게 이야기하는 책”(최은영 소설가)이기 때문.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나는 무엇에 갇혀 있는지 고민하게 한다. 자신만의 숨겨진 단단한 내면을 발견하게 되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호평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



임지현 지음·640쪽·휴머니스트

거의 모든 민족들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규정하는 시대다. 예컨대 폴란드인들이 2차대전 당시 예드바브네에서 벌어진 자국민들의 유대인 학살을 외면한 채 자신들이 나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식. 박윤우 부키 대표는 “자신을 희생자로 포장하는 피해자 간 기억의 전쟁은 21세기 민족주의가 어떤 리스크를 짊어지게 할지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례를 잘 버무린 책을 요즘 만나기 힘든 탓에 더 귀한 책”(설혜심 연세대 사학과 교수)이라는 평이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268쪽·나무옆의자

서울 용산구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았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던 남자가 70대 할머니의 지갑을 주워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남자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뛴다.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평범한 이웃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애환을 다정한 시선으로 다룬 작품이다. 팬데믹으로 힘겨운 나날을 견디고 있는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책”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일상… 아픔이 새로운 길이 되길

팬데믹 시대, 마음을 위로하는 한 권의 책


장기화된 팬데믹에 대처할 혜안과 위로를 책에서 구할 방법은 없을까. 이와 관련해 동아일보는 감염병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가들로부터 유용한 책들을 별도로 추천받았다.

감염병 전문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병원의 밥’(세미콜론)을 추천했다. 흉부외과 의사인 저자가 의사와 환자들이 먹는 밥을 소재로 긴박한 의료현장을 생생히 그린 에세이다. 이 이사장은 “미음에서 죽으로, 죽에서 밥으로 회복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환자들의 이야기가 팬데믹 속에서 고통 받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준다”고 평했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새로운 습관’(프리뷰)은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코로나 시대의 대처법을 담았다. 미국 의학전문기자인 저자는 감염병에 대해 불필요한 공포를 가져오는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방법과 운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당분과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식습관을 전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식이, 운동, 수면 등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담았다”고 말했다.

인간 본성의 따뜻함을 통해 팬데믹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책도 선정됐다. 네덜란드 언론인이 쓴 ‘휴먼카인드’(인플루엔셜)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건 오해라고 주장하며 타이타닉 침몰, 9·11테러 등 과거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도운 증거들을 제시한다. 박정재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한 저자의 믿음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뒷받침한 이 책은 독자에게 희망을 준다”고 평했다.

팬데믹 이후 바뀔 일상공간에 대한 예측을 담은 책도 포함됐다. 건축가 유현준이 쓴 ‘공간의 미래’(을유문화사)는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으로 공간의 의미가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마당 같은 발코니가 있는 아파트나 회사로 나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는 ‘거점 오피스’ 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책은 “미래 우리 사회가 시민 다수를 행복하게 할 공간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 것인지 새로운 담론거리를 제시했다”(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평을 받았다.

선정위원
(35명·가나다순)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강인욱(경희대 사학과 교수) 권은희(까치글방 편집팀장) 김민정(난다 대표) 김영민(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형보(어크로스 대표)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김효형(눌와 대표) 박상준(민음사 대표) 박성열(사이드웨이 대표) 박윤우(부키 대표) 박정재(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설혜심(연세대 사학과 교수) 심채경(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병현(교보문고 대표)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이구용(KL매니지먼트 대표) 이기진(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이왕준(명지병원 이사장) 이종화(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임형주(팝페라 테너) 장강명(소설가) 장은수(출판평론가)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조성웅(유유출판사 대표) 조재은(양철북 대표)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최은영(소설가) 표정훈(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서현(휴머니스트 주간) 황혜숙(창비 출판1본부장)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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