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스타트업] 한국주택정보, "시장은 독점적인 데이터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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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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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산업진흥원] 한국주택정보(2)

성남시가 2001년에 설립한 성남산업진흥원은 지난 20년간 성남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네트워크, 입주 공간 등을 지원하는 기업 지원 전문 기관입니다. 성남시가 약 6만 6천여 개의 기업과 46만여 명의 근로자, 창업한 벤처 기업 수가 1631개에 이르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엔 성남산업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이 있습니다.

이러한 성남산업진흥원이 2003년부터 진행 중인 ‘성남창업경연대회’(도전! S-스타트업)은 우수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주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계로 218개의 기업이 성남창업경연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성남산업진흥원과 함께 올해 성남창업경연대회 최종 평가에서 우수팀으로 선정된 6개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이 고민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소통을 먼저, 답을 찾는 건 나중에

IT 기업하면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 직원의 편의를 고려하는 복지 시설, 일과 삶의 균형. 많은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IT 스타트업은 어떤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할까? 이제 막 사업을 시작했거나, 성장하는 단계부터 조직 문화를 신경 쓰는 게 맞는 걸까?

한국주택정보에 대한 소개, 출처=한국주택정보 홈페이지
한국주택정보에 대한 소개, 출처=한국주택정보 홈페이지

지난 ‘[S-스타트업] 한국주택정보 유성국 대표 "빌라의 주거 경험, IT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 소개한 스타트업 한국주택정보(유성국 대표)의 고민을 관통하는 문제다. 한국주택정보는 빌라, 상가 건물, 오피스텔 등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의 관리비를 관리하는 ‘관리비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이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성장뿐 아니라 조직 문화와 사업의 방향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유성국 대표, 이윤곤 공동대표와 함께 한국인사이트 연구소의 이경현 소장을 만났다. 한국인사이트 연구소는 시장과 기술 동향, 기업과 소비자 트렌드,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 연구 방법론으로 다양한 민간 기업과 공공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이번 만남에선 조직 문화와 데이터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와 관련된 대화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왼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경현 소장, 유성국 대표, 이윤곤 공동대표, 출처=IT동아
왼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경현 소장, 유성국 대표, 이윤곤 공동대표, 출처=IT동아

이윤곤 공동대표(이하 이 대표): 한국주택정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가지 형태로 사업을 진행한다. 온라인은 빌라, 오피스텔, 상가 건물 등의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의 관리비를 정산하는 ‘관리비책’이란 서비스다. 비의무관리 공동주택의 디지털 관리 사무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프라인은 파편화돼 있던 주택 관리 업체들을 IT 기술로 관리비책이란 플랫폼 하나에 통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 시스템이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가령, 그전엔 하자 보수 작업에 대한 적정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다면, 그걸 공개적인 비딩 시스템(경쟁 입찰)으로 가능케 하는 거다. 소비자는 더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유성국 대표(이하 유 대표): 우리는 앞으로 성장하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검토 중이다. 최근에 패티 맥코드 작가의 '파워풀'이란 책을 읽고서, 넷플릭스와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 수평적인 소통 방식' 조직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이 부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이경현 소장(이하 이 소장): 컨설팅을 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 건 ‘컨설팅은 답이 있는 문제를 놓고, 정답을 찾는 시간’은 아니란 점이다. 최선책이든 차선책이든, 일단 찾아보고 가장 적절한 걸 선택해야 한다. 우선, 한국주택정보는 누군가가 먼저 답을 정해 놓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기업이 수익과 생존을 위해 수행하는 사업 방식)이나 이 길을 겪어본 사람이 없으니까 정해진 답이 없다. 그만큼 많은 생각을 공유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보통은 우선 답부터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직 구성원들이 모두 이야기를 해보고, 답은 나중에 찾는 문화를 만드는 걸 권하고 싶다. 누군가가 의견을 공유하면 그걸 충분히 듣고, 천천히 고민해보는 거다. 조직이 자신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다고 생각을 누구나 할 수 있을 때, 자유롭게 소통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또한, 문제를 설정한 뒤 그 자리에서 딱 부러지는 답을 얻으려고 하면, 합리적인 답을 찾기도 어렵고 생각이 다른 구성원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인사이트 연구소도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일단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문화’를 만들었다. 누군가가 발표를 하고 의견을 말하면 그 뒤로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논의된 사안을 차분하게 고민해보고 다음 날 아침에 10분 정도 다시 미팅을 한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정연호 기자: 답을 내리는 걸 나중에 한다면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대표로서 어떻게 행동하는 게 좋을지 궁금하다. 들어주는 걸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 소장: ‘영업을 할 땐 말하는 내용보다 직급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더 높은 직급의 사람이 하면 잘 먹힌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불만 사항, 갈등을 대표가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직원들은 그걸 좋게 본다. ‘대표니까 다 생각이 있겠지’ 이런 식으로. 사실, 많은 갈등이 서로 이야기만 잘해도 해결이 된다. 오히려 섣부르게 해결하려고 나서니까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이 사람들은 싸우려는 의지를 갖고서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얘기를 잘 듣고 천천히 판단해서 결론을 내리면 갈등도 합리적으로 끝낼 수 있다.

또, ‘모두가 좋게 잘 지내야지’ 이런 문화가 이상에 가깝다는 걸 인정할 필요도 있다. 상당히 많은 대표들이 조직 문화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 조직에 갈등이 생기면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나?’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현실적으로 어떤 의견이 더 옳은지 차분하게 판단해야 한다.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채용하다 보면, 기존 직원들과 새로운 직원 사이에 의견 마찰이 생길 때도 있다. 전문성을 더 갖춘 직원의 판단이 비즈니스적으로도 무조건 옳은 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그 조직 내에서 서비스를 오랫동안 분석해오고, 고객들과 더 많이 관계를 맺어온 기존 직원들의 통찰이 중요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천천히 듣고 시간을 두고서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독점적인 플레이어가 되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대표: 주택 관리업엔 기존 플레이어들이 있다. 한국주택정보는 그들을 대체하는 서비스가 아닌데, 그렇게 비칠까 걱정되기도 한다.

이 소장: 기존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그렇게 볼 것이다. 기본적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하지만 ‘언젠가 아파트 영역으로 넘어올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법하다.

이 대표: 이 시장에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소장: 데이터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좋은 방법론과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다른 기업은 절대로 제공할 수 없는 독점적인 데이터가 있거나.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 앱에선 차 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차에 대한 정보와 시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건 헤이딜러의 정보가 아니라 다른 업체에서 갖고 온 자동차 정보를 중고차에 적용한 거다. 주차 플랫폼 ‘아이파킹’도 주차를 하는 차의 번호판을 인식해서, 차 종류를 확인하고 할인된 금액을 적용해주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곳에서 데이터를 얻어온 것이다.

관련 시장의 회사에 판매할 수 있는 자신만의 데이터를 독점적인 데이터라고 한다. 이런 데이터를 갖고 있으면 경쟁력이 생겨서, 공공 분야의 사업을 수주하기도 더 쉬워진다. 다른 기업에 판매하거나, 교환할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페인 포인트', 출처=셔터스톡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 '페인 포인트', 출처=셔터스톡

결국, 시장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해결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쌓는 게 중요하다. 아직은 경쟁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고민할 단계는 아니다. 물론, VC(벤처 캐피털)는 경쟁자들과 어떻게 경쟁할지를 물어볼 것이다. 그들은 현시점의 문제가 아닌 미래를 보고 투자하니까 어쩔 수 없다.

이 대표: 독자적인 자신들만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는 회사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싶다.

이 소장: 데이터를 수집하면 알겠지만, 데이터는 어딘가에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거나 하지 않는다. 데이터마다 가져올 수 있는 방식도 다르다. 데이터를 받을 때 해당 기업과 협상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방금 말한 자동차 데이터를 제공하던 회사도 특정 자동차 회사의 정비소 시스템을 구축하던 곳이었다. 정비소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그 자동차 회사의 데이터 이용을 허가받은 뒤, 국토교통부 등에서 공개한 데이터 등도 함께 모았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통해서 독점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주차 업체나 세차 딜리버리 업체 등과 계약할 때 조건을 상당히 타이트하게 했다. 예를 들면 차 번호판으로 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 데이터를 받을 때 데이터값이 실제 차와 일치하는지, 변동된 점은 없는지를 확인하게 했다. 그 정보로 기존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이 대표: 우리는 데이터 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는데, 교환의 방식은 생각을 못 해봤다.

이 소장: 데이터 비즈니스는 팍팍하게 해야 한다. 한국주택정보에게 조건이 유리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 대표: 한국주택정보는 빌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빌라는 개별 호수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 빌라의 하자 문제를 업체에 연결하는 과정에서, 빌라에 대한 보수 내역을 기록으로 남기는 걸 생각하고 있다. 업체가 하자 보수 내역을 기록하는 것이다. 한국주택정보가 해당 호수, 더 나아가 빌라에 대한 보수를 검증한다는 브랜드를 갖고 싶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이 소장: 정보의 투명성은 유불리를 따질 수 있는 영역이다. 아파트를 생각해보자. 아파트 집값을 떨어뜨리는 정보가 올라오는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빌라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있어서 집값이 떨어진다는 방향이 아닌, 한국주택정보가 빌라의 품질을 보증하니 그만큼 저평가된 빌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인식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입주자도 정보가 투명해야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품질 보증을 보험과도 연관시킬 수 있을 거 같다. 중고차를 살 때 성능점검을 하고 보험료를 낸 다음 해당 차의 성능과 점검된 내용을 보장하는 보험처럼 말이다. 빌라 보수 문제도 ‘3개월이나 6개월 내에 수리받았던 부분을 보장하겠다’는 보험 상품으로 만들 수 있겠다.

이 대표: 우리도 미니보험을 구상 중이었는데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

이 소장: 보험은 확률 비즈니스다. 처음엔 데이터가 없으니까 상품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하자 발생이 어느 정도로 나오는지 데이터가 쌓이면, 확률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타깃을 세분화해서 고급빌라를 대상으로 보험 상품을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 고급 빌라는 고급 아파트만큼 집값이 비싸다. 이런 집은 보증 보험료가 조금 비싸더라도 차라리 하자 보수 등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

태성모터스라는 회사가 포르쉐 보증 상품로 크게 성공했었다. 포르쉐는 차를 보증하는 기준이 조금 까다로운 편인데, 태성모터스가 여기서 보증받지 못한 차량에 멤버십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이들은 정비소니까 포르쉐가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수리를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고 한다. 차가 워낙 고가이니 수리에 큰 비용이 들어서, 사람들은 보증료가 비싸도 이 상품을 구매했다. 보증 기간 동안 고장이 안 나면 고가의 선물을 주기도 했다. 이런 방식도 괜찮은 방향으로 보인다.

유 대표: 확장성이 좋은 방식인 거 같다. 앞으로 데이터를 어떻게 축적할지 고민도 해야겠다.
출처=IT동아
출처=IT동아

이 소장: 부동산 리뷰를 남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도 협업을 해볼 만하다. 사람들이 해당 집의 교통, 주거, 편의시설 이런 리뷰를 남긴다. 그곳의 정보는 실제 현실의 정보를 그대로 옮긴 거니, 상대적으로 정확도도 높다.

이 대표: 한국주택정보의 관리비 데이터를 교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협업을 하면서 서로 홍보 채널이 될 수도 있을 거 같다.

동아닷컴 IT전문 정연호 기자 ho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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