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 사라진 윤석열 ‘실언’…‘경제 메시지’ 집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7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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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 도착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책임을 지는 것이 후회하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5일 후보 선출 직후 자신의 실언 논란에 대해 “제가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들도 했기 때문에 후회되는 게 한 두 개겠나”라며 이 같이 말했다. 자신의 실언과 관련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질책을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기간 동안 ‘1일1망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주 120시간 노동’, ‘아프리카 손발 노동’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정점은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에서 찍었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은 그런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 이분은 군에 있으면서 조직 관리를 해봤기 때문에 (전문가들에게 일을) 맡긴 것”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최고 전문가를 뽑아 적재적소에 임명해 놓고 저는 시스템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이와 관련해 정치권 등에서 전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윤 후보는 지난달 21일 “그 누구보다 전두환 정권에 고통을 당하신 분들께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먹는 사과를 자신의 반려견에게 건네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국민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윤 후보는 지난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혔다.

이처럼 자신의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던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 이후 두드러지는 실언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주 동안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정제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15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판기념회에서 “제가 자꾸 실언을 한다고 해서 말씀 드릴 자료를 써 왔는데, 김종인 박사님에 관한 얘기니까 제가 실언을 좀 해도 상관없지 않겠나 싶어서 그냥 말씀을 드리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윤 후보 왼쪽은 이채익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가 16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윤 후보 왼쪽은 이채익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윤 후보는 최근 실언 대신 ‘경제 관련 메시지’를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그는 15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 돈 뿌리기 그만하고 물가 대책에 주력하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이성적이고 계획성 있는 정상적인 재정집행을 통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며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대한 보다 면밀한 검토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보다 선제적인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후보는 14일 종합부동산제 전면 재검토를 약속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율을 인하하고, 장기보유 고령층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매각 또는 상속할 때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 도입을 고려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윤 후보의 실언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후보가 본격적으로 지역 유세에 돌입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대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주요 현안과 관련해 치명적인 말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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