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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한국어 기원, 9000년전 中요하 농경지”… 중앙亞 유목민설 뒤집히나

입력 2021-11-12 03:00업데이트 2021-11-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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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연구팀에 韓-中-日-러-美 참여… 공동연구결과 ‘네이처’에 발표
주어-목적어-술어 어순 알타이어족, 언어학-고고학-유전생물학 등 분석
“공통 기원 언어 3000개 요하로 연결… 쌀 농업 한반도로 유입돼 日에 도달
유전체 분석 결과 공통 요소 발견”
한국어 몽골어 일본어 등의 ‘뿌리 언어’로 여겨지는 ‘트랜스유라시아어족(알타이어족)’의 기원이 약 9000년 전 중국 동북부 요하(遼河·랴오허) 일대 농업 지역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약 4000년 전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이주하면서 언어가 퍼져나갔다는 기존의 ‘유목민 가설’을 뒤집은 것이다.

마르티너 로베이츠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과학연구소 고고학부 교수 연구팀과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의 연구진이 대거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성하 한국외국어대 교수, 김재현 동아대 교수, 안덕임 한서대 교수 등 국내 연구진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은 동쪽의 한국, 일본으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서쪽의 터키에 이르기까지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질러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주어-목적어-서술어의 어순, 모음조화, 문법상 성별 구분이 없는 등 공통점이 있다. 방대한 규모의 언어집단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전파된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유목민 가설’이 힘을 얻었었다.

국제공동연구팀은 트랜스유라시아어족의 기원과 전파 양상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언어학, 고고학, 유전생물학 등 세 분야를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고대의 농업·축산 관련 어휘를 분석하고, 신석기·청동기시대 유적지에 대한 고고학 연구결과, 고대 농경민의 유전자 분석결과와 비교했다.

언어학적으로 기원이 공통된 언어 3000여 개를 모아 계통수를 그려나간 결과, 9000여 년 전 요하 일대 기장 농업 지역에서 사용된 언어까지 연결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신석기 때 원시 한국-일본어, 원시 몽골-퉁구스어 등으로 분화됐다. 청동기에 한국어, 일본어, 몽골어, 퉁구스어, 튀르크어 등으로 분리되면서 당시 새로 도입된 쌀, 밀, 보리 같은 작물 단어와 낙농업, 실크 등의 언어가 추가됐다.

고고학적으로 255개 유적지에서 발굴된 작물의 탄소 연대 측정 결과를 분석하니 약 9000년 전 요하 일대의 기장 농업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뉘어 한 분류는 5500년 전 한반도 방향으로, 나머지 한 분류는 5000년 전 북쪽 방향의 아무르강 유역으로 퍼져나갔다. 쌀 농업은 중국 랴오둥과 산둥 지역에서 3300∼2800년 전 한반도로 유입됐으며, 3000년 전 일본까지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9500∼300년 전 한국, 일본, 아무르강 유역에 살았던 19명의 유전체와 유라시아와 동아시아의 현대인 194명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비교했다. 그 결과 트랜스유라시아어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공통적인 유전적 요소가 발견됐다.

연구팀은 세 분야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농경문화와 함께 언어의 확산과 분리가 일어났다는 ‘농경민 가설’을 제시했다. 특히 유전적 증거를 통해 한국과 일본인이 트랜스유라시아어족과 관련 없다는 기존의 일부 학설도 반증했다. 또 욕지도에서 나온 고대인의 DNA를 분석해 중기 신석기시대 한국인 조상의 유전자가 일본 토착민인 조몬인(繩文人)과 95% 일치한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했다.

서동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bi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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