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속도와 경로도 중요하다[동아시론/이종수]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 입력 2021-10-27 03:00수정 2021-10-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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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감축 26%→40%, 급상향한 목표치
방향성 맞지만 산업-경제 타격 클 수 있어
기술-파급효과 고려한 정밀한 계획 필요
현실성 높이며 기술혁신 총력 기울여야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
10월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2개 안과 함께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의결했다. 2030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6.3% 줄이는 기존 계획에서 40%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크게 상향한 것이다. 불과 3년 전 현 정부에서 수정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목표와 비교해서 2030년까지 약 1억 t을 더 줄여야 하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지구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의 당위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전 세계 모든 인류가 책임감을 가지고 탄소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전문가와 일반 시민 모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 및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방향성 못지않게 속도와 경로 역시 중요하다. 너무 앞서도 큰 피해를 입고, 너무 뒤처져도 위험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과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이라도, 갑자기 과한 운동이나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해가 될 수 있다. 2030년 NDC 달성을 위한 연평균 감축률이 유럽연합(EU) 1.98%, 미국 2.81%, 일본 3.56%인 것과 비교하면, 연평균 4.17% 감축하겠다는 우리 목표는 매우 도전적이다. 또한 EU는 1990년, 미국은 2007년 이미 배출량이 정점을 지나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 반면 우리는 국가통계 기준 가장 최신 자료인 2018년 배출량 수준이 정점을 지났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평소 숨쉬기 운동만 하던 사람이 지속적으로 훈련해 온 선수들과 함께 마라톤에 나서는 상황이다.

정부가 할 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리를 따져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경쟁하듯 높은 목표 수치를 먼저 정하고 가능성 낮은 수단까지 끌어모아 실행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기술 수준과 감축 비용 및 파급 효과를 정교하게 분석해 최적의 목표를 설정하고 근거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불과 10년도 남지 않은 목표에 대한 실행 계획이라면 더욱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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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반의 기술 경쟁력을 토대로 성장한 우리 경제 구조를 고려하면,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 과제를 기술 혁신으로 풀어나가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 혁신 없이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 민관이 협력해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기술 혁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공급 부문 또는 철강이나 석유화학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에 혁신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성공 이후에도 상당한 검증과 적용 시간이 요구된다. 불과 9년밖에 남지 않은 2030년까지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암모니아 혼소 발전, 바이오 납사 등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상당 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은 너무나 불확실성이 많은 계획이다. 심지어 새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현 수준에서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을 위해 가장 비용 효과적인 양수발전을 건설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기술 혁신 없이 단기간 무리하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배출을 줄이려고 투자한 감축 설비가 장기적으로 보면 매몰비용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또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직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므로, 결국은 국민이 이를 부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인해 물가 상승을 우려해 유류세 감면을 논의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큰 부담이 예상되는 탄소중립의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올해 말 국제사회에 약속하는 비가역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2030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현실성 있는 노력을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목표를 약속하고,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하여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우리의 대응에 따라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사회의 흐름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 협동과정 교수
#탄소중립#속도#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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