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젊을때 고생은 사서 한다? 당연시한 청년들 고충 귀기울여보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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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육아 멘토’서 ‘전 국민 멘털 케어자’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오은영 박사 인터뷰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게스트에게 상담해주고 있는 오은영 박사. 프로그램 이름처럼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맡은 그는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겁다.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 한 겹을 도포하고 싶다. 우리 누구나 나와 잘 지내고 그걸 토대로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채널A 제공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게스트에게 상담해주고 있는 오은영 박사. 프로그램 이름처럼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프로그램을 맡은 그는 “기쁘기도 하지만 어깨가 무겁다.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 한 겹을 도포하고 싶다. 우리 누구나 나와 잘 지내고 그걸 토대로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했다. 채널A 제공
‘국민 육아 멘토’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56)가 모든 세대의 고민을 듣고 조언을 해준다. ‘전 국민 멘털 케어자’로 나선 것. 채널A에서 17일 시작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금요일 오후 9시 반)는 기존 ‘금쪽 시리즈’(‘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요즘 가족 금쪽 수업’)보다 세대와 장르를 넓혔다. ‘세상의 모든 어른이들을 위하여’라는 기획 의도답게 상담소를 찾은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털어놓고 맞춤형 카운슬링을 받는다.

최근 전화 인터뷰로 만난 오 박사는 “시대적 사명을 부여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1990년대부터 아이들과 체벌에 대한 기본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고, 어느 정도 뿌리가 내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제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로 당연하게 여겨지는 청년들의 고충에 귀기울여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연속선상에서 생각해보면 청년의 어려움은 결코 중년, 노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금쪽 상담소는 유명인을 게스트로 초대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고민은 모두의 이야기나 다름없다. 첫 방송에 출연한 가수 에일리가 대표적이다. 당당한 에너지를 풍기는 에일리는 방송에서 처음 무대공포증과 루머에 대한 두려움을 고백했다. 이에 오 박사는 “(에일리를) 싫어하는 마음은 그 사람의 마음이니 그 사람 것은 주인에게 돌려줘라. 그것을 떠안지 마시라”고 말한다.

오 박사는 방송에서든 진료실에서든 고민을 안고 사는 이들을 이렇게 위로한다.

“사람은 포도송이와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부분의 합이에요. 어떤 알은 탱탱하고 또 다른 알은 껍질이 까지거나 아직 채 열매를 맺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는 한 송이를 보고 싱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나하나의 알을 모두 타인과 비교하게 되면 ‘나’라는 한 송이의 포도는 없어지고 알알이 헤쳐지면서 흔들리게 됩니다.”

그는 상담을 받으러 온 이의 생각을 온전히 따라간다. 침묵하면 기다리고, 말하면 듣는다. “서로가 서로의 상담사가 되어야 하는 이 시대”에 오 박사가 건네는 첫 번째 팁도 ‘듣기’다.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았든 열심히 살았다면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존중은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가 내담자에게 꼭 물어보는 건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느꼈고, 행동했나요?”라고 했다. 상대의 마음을 따라가며 삶에 대해 경청한다. 그는 “소중한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귀 기울여 보라”고 당부했다.

24일 방송에는 배우 고 최진실의 아들인 가수 지플랫(본명 최환희)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지플랫은 “지인과 대중 모두 저를 ‘불쌍한 아이’가 아닌 꿈, 연애를 고민하는 한 20대 청년으로 봐주었으면 한다”며 “어머니와 함께한 행복한 기억도 많으니 ‘힘 내’ ‘슬퍼하지 마’라는 말보다 제 음악이 변변찮으면 따끔하게 충고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오 박사를 만난 게스트들은 기존 인터뷰에서는 털어놓지 않았던 고민을 말한다. 오 박사는 이들을 ‘조카’라고 부른다. “상대방의 아픔을 듣는 게 힘들기보다는 되레 힘이 된다”는 오 박사는 5시간이 넘는 제작진과의 회의, 12시간이 넘는 촬영 모두 즐겁다고 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같은 공염불은 하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대를 사는 분들에게 한 방울의 물처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오은영박사#오은영의 금쪽상담소#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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