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복잡다단한 노사협상, 하이-로볼 전략보다 ‘신뢰’가 답

정리=배미정 기자 ,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입력 2021-09-15 03:00수정 2021-09-15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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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주체 연구-내근직으로 확장
금전보상서 공정성 등 주제 다변화
‘신뢰 구축’ 의지 문서로 약속하고
공통목표 향해 상호비방 자제해야
최근 기업 노사 협상의 양상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먼저 생산직과 영업직이 주를 이루던 협상의 주체가 연구직과 개발자, 일반 내근직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노조의 운영 방식도 과거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간부가 아닌 다수 구성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협상의 주제 또한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노사 협상의 1순위는 기본급 인상, 1회성 상여금 지급 같은 금전적 보상이었는데 최근에는 보상 체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같은 이슈까지 맞물려 사안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처럼 노사 협상의 양상이 달라지면서 협상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복잡다단해지는 노사 협상을 원활하게 이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사 협상의 제1원칙은 신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노사는 다른 협상 상대보다도 장기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협상이 잘못되면 오랜 기간 조직의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신뢰가 없는 노사는 대개 ‘하이볼(high ball)’과 ‘로볼(low ball)’ 전술을 사용한다. 하이볼과 로볼 전술은 상대방이 어차피 거절할 제안임을 알면서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보다 더 높은, 혹은 낮은 수준을 제시해야 내 목표에 근접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전략이다. 예컨대 회사 측은 4%의 기본급 인상 예산을 책정해 놓고 1%를 제안하고(로볼), 노조 측은 5% 전후로 타결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9%를 부르는(하이볼) 식이다. 이런 전술은 양측 모두 의미 없고 지루한 협상에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나마 남지 않은 신뢰마저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많은 노사가 협상에 임할 때 나의 이익을 추구하려면 상대방에게 타격을 주는 전술이 효과적이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노조는 미디어를 동원해 회사를 비방하고, 회사는 노조 측의 잘못을 뒤져 굴복시키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협상이 아니라 싸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노사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신뢰 구축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자. 그동안 양측이 저지른 신뢰를 저해하는 행동들을 나열하고 반복하지 않을 것임을 서로 문서로 약속하는 것이다. 또한 치열하게 토론하되 합의된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노조 위원장이 바뀌고 사측 교섭위원이 바뀌더라도 과거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사 양측이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공통 목표를 세우면 노사 양측이 스스로의 행동 방식을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회사의 평판을 긍정적으로 유지한다’는 공통 목표를 세우면 노조는 본사 앞 가두시위를 하며 회사를 감정적으로 비방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회사 또한 경영진의 무례한 행동을 저지해야 한다. 노사는 이처럼 상호 원칙을 세우고 신뢰를 쌓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info.kr@scotwork.com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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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협상주체#신뢰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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