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독트린, 中 경쟁자-러 파괴자-北은 核확산자”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9-09 03:00수정 2021-09-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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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아프간’ 美외교안보정책… 美상원, 14일 청문회서 공개검증
바이든, 중동 손뗀다는 의지 확고… 전체주의국가 맞서 동맹규합 노려
中은 “美믿다 아프간 꼴난다” 조롱… “바이든式 美우선주의일 뿐” 지적도
바이든, 허리케인 ‘아이다’ 피해 뉴욕 찾아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큰 피해를 입은 뉴욕 퀸스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이날 뉴욕과 뉴저지주의 주요 피해지역을 찾은 그는 기후변화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모든 정황이 ‘코드 레드’(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임을 말해주고 있다. 과장이 아닌 팩트”라고 우려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의회의 공개 검증 도마에 오른다. 미국 상원은 14일 아프간 철군과 관련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미국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철군 결정과 이행 과정을 짚어보겠다는 것으로 중국 등 21세기의 위협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포스트 아프간’ 대외전략 또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7일 상원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아프간 철군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여당인 민주당 소속인데도 철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밥 메넨데스 외교위원장이 청문회 개최를 결정했다. 야당 공화당 의원들도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함이 빚어낸 최악의 참사”라고 공세 수위를 높이며 공격을 벼르고 있다.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도 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서 블링컨 장관은 중국, 러시아의 위협 대응을 주요 정책목표로 내세우며 철군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이라며 2021년을 위한 새로운 도전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올해 1월 취임 직후부터 해오던 말이지만 아프간 철군을 완료함으로써 중동 문제를 털어내고 본격적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수급에 여유가 생긴 미국은 중동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지역에는 지상군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사이버 공격과 핵 확산, 기후변화 등 이슈도 외교전략 초점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외교정책을 ‘바이든 독트린’이라고 부르면서 “끝없는 전쟁과 (지원 대상국의) 국가 재건 목표를 접고, 부상하는 전체주의 국가들에 맞서 동맹을 규합하려는 외교정책”으로 정의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독트린’은 중국을 실존적 경쟁자, 러시아는 파괴자, 이란과 북한은 핵 확산자, 사이버 공격은 진화하는 위협, 테러리즘은 아프간을 넘어 확산 중인 상태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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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의도대로 중동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들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고 들어오면서 급속히 세를 불릴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강경파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7일 BBC방송 인터뷰에서 “테러 위협이 너무 커져서 우리는 결국 아프간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라크나 시리아 때와 마찬가지다”라고 경고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을 비롯한 국방부 고위 인사들도 이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아프간 철군으로 미국의 ‘국익기반 동맹’ 기조가 명백해지면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불만과 불신이 커진 것도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역설하며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쳤지만 결국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이를 대외 여론전에 활용하며 ‘미국만 믿다가는 아프간 꼴 난다’고 비아냥대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의 유일한 선택은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등 동맹국들의 자강(自强) 의식도 높아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간을 외면함으로써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앞세워 온 ‘인권’과 ‘민주주의’의 기치에도 손상을 입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연합체로 보고 있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등 4개국 참여)’ 국가들 역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경우 아프간,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테러 세력이 다시 활개를 치면 중국에 대응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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