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 장애인체육회장 “숙제 더 많아졌다…스포츠 과학 지원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5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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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4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많은 이들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은 참여 자체로 아름답다고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스포츠인은 자신감 있게 당당하게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 한계를 이겨내고 극복해내는 모습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4일 일본 도쿄 미나토쿠(港區) 베이사이드 호텔 아주르 다케시바(竹芝)에 자리한 ‘코리아 하우스’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회장은 2000년 시드니 패럴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장애인 체육 행정가다. 2012~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장애인체육과장으로 장애인 체육 정책을 이끌었고,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 2017년부터 이천선수촌장으로 후배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이끌던 중 2월 26일 제5대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 취임했다.

회장이 된 후 처음 나선 도쿄 패럴림픽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9개, 동메달 21개 종합순위 20위를 목표 삼았지만 금메달 2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12개를 기록해 종합 41위에 그쳤다.

이제 성적이 전부인 세상은 아지만 메달리스트 출신 첫 장애인체육 수장으로서 정 회장은 태극 마크의 무게감을 통감했다. “내가 왜 회장이 됐나, 장애인 체육과 후배들을 위해 한국에 돌아가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했다. 숙제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대한체육회, 비장애인 시스템을 막연하게 따라간 부분이 있다”고 돌아보면서 “제 결론은 선택과 집중이다. 훈련 시스템, 신인 선발 시스템, 전임 지도자 문제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주원홍 선수단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탁구 대표 주영대, 태권도 태표 주정훈, 이현옥 총감독(왼쪽부터).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0 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주원홍 선수단장(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탁구 대표 주영대, 태권도 태표 주정훈, 이현옥 총감독(왼쪽부터). 도쿄=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정 회장이 취임 후 가장 관심을 쏟은 분야는 ‘스포츠 과학’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체계적인 스포츠 과학 뒷받침 없이는 더 이상 대한민국이 메달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스포츠 과학 지원은 걸음마 단계다. 현재 이천선수촌의 현장 지원 인력도 계약직 연구원 2명뿐”이라고 전한 정 회장은 “장애인체육엔 스포츠 등급이 있다. 그 등급에 맞춰서 선수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과학적이고 세분화된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등급과 종목에 맞는 장비 연구 및 개발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휠체어테니스 대표 임호원(23·스포츠토토)도 휠체어 바스켓을 교체한 뒤 서브가 달라졌다. 허리에 힘을 쓸 수 있게 장비를 교체한 덕분이다. 사격 스프링, 탁구 선수들 휠체어 높이 등도 장애 유형과 종목, 등급에 맞게 연구, 개발해 최상의 경기력을 내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단 내년부터 체육회 내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정규직 연구원 3명을 받았다. 스포츠 과학 예산이 확보된다면 국가대표 훈련 예산과 사업 효과를 극대화 해 2024 파리 대회,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24일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 기자 간담회에서 이야기 중인 정진완 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난달 24일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 개회 기자 간담회에서 이야기 중인 정진완 회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3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서는 도쿄에서 패기만만한 플레이로 가능성을 입증한 ‘젊은 피’와 2018년부터 꾸준히 추진한 기초 종목 육성 사업 결실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대회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2018년부터 기초 종목 육성 사업을 통해 발굴한 배드민턴 국가대표 유수영(19), 정겨울(18) 등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휠체어육상에도 현재 유망주 10여 명이 훈련 중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탁구 윤지유(21·성남시청),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 태권도 주정훈(27·SK에코플랜트), 휠체어테니스 임호원 등 차세대 선수들의 발견도 긍정적이다. 이들을 적극 지원해 향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체육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를 위해 생활체육, 학교체육 활성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에 정 회장은 공감했다. 그러면서 그저 말뿐이 아닌 장애인 이동권, 접근성이 반영된 실질적 장애인 생활 체육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이 263만 명이다. 이중 절반 이상이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 거주한다”면서 “(장애인 체육센터인) 반다비체육관은 시군구 각 1곳씩 선정해 30억원을 지원하는데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에 이 돈으로 체육시설을 짓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일수록 접근성이 제일 중요한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계속해 “생활체육 지도자 2000명도 월급 192만원에 세금 떼면 겨우 154만원을 받는다. 최소 급여도 안 되는 상황에서 지도자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이 부분도 현실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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