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농구, 막판 고비 못 넘기고 캐나다에 64-74 역전패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9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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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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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은 29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조별리그 A조 5차전에서 캐나다에 64-74로 패하면서 1승 4패로 풀리그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8강 토너먼트 자력 진출 가능성이 제로(0)가 됐다.

한국은 경기 종료 5분 전까지 62-59로 앞서 있었지만 패트릭 앤더슨(42)에게 연이어 5점을 허용하면서 분위기를 내줬고 결국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앤더슨은 이날 양팀 최다인 29점을 올렸다.

김동현(왼쪽), 조승현 선수.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김동현(왼쪽), 조승현 선수.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대표팀 주장 조승현(38·춘천시장애인체육회)는 “주장이자 경기 진행을 맡는 (가드)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로서 좋은 분위기에서 경기를 마무리 짓지 못한 데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비록 목표로 하던 이번 대회 4강 진출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를 경험 삼아 다음 대회 때는 더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승현은 이날 팀 내 최다인 22득점을 올렸다.

이날 20점을 보탠 김동현(33·제주삼다수)도 “대회 내내 시소 게임을 벌이다가 막판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바람에 경기를 내주는 패턴을 반복해 아쉽다. 결국 우리가 체력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막판에 우리 패스가 흔들리는 건 앤더슨이 기가 막히게 잘라내더라. 그러면서 심적으로 더욱 위축돼 연속 턴오버가 나왔다. 계속 패스(실수)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앤더슨(왼쪽), 조승현 선수.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앤더슨(왼쪽), 조승현 선수. 패럴림픽사진공동취재단

캐나다 에이스 앤더슨은 휠체어농구 세계에서 마이클 조던 같은 슈퍼스타다. 대표팀 ‘막내’ 양동길(30·서울시청)은 “처음 휠체어농구를 시작할 때부터 앤더슨이 플레이한 영상을 찾아 보면서 동작을 하나 하나 따라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앤더슨을 넘어서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김동현 역시 “앤더슨은 팀원 모두와 호흡을 맞추려고 하더라.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했다”고 전했다.

김영무 코치(43·서울시청)는 “스페인, 터키, 캐나다 같은 강팀과 경기 마지막가지 시소 게임을 벌이는, 관중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이번 대회 소득”이라면서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국제 교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일본에서 패럴림픽이 열리는 데 한국 심판이 한 명도 초청받지 못한 게 우리 휠체어 농구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조승현은 “이번 대회 참가국 가운데 우리가 평균 연령 가장 높다. 다른 팀은 은퇴를 해야 할 나이에 뛴다는 건 선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면서 “휠체어 농구가 많이 알려져서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10대 때부터 시작했으면 좋겠다. 10대 장애인들이 농구 시작해 10년 정도 구력 쌓고 나면 우리도 세계 대회에서 탄탄한 인프라로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은 평균 37.1세로 이날 맞대결을 벌인 캐나다(32.5세)보다 다섯 살 가까이 많았다.


도쿄=황규인기자 kini@donga.com·패럴림픽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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