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온 5060, 노후 불안은 접어두세요[서영아의 100세 카페]

서영아 입력 2021-08-29 07:00수정 2021-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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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김경록 대표
은퇴전문가가 초고령사회에서 희망을 읽는 이유

7080과 달리 연금 있고 자산 축적한 세대
자신에 대한 투자는 최고의 노후준비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만나 황금어장 이룰 것
부동산에만 쏠린 노후자산 분산해야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를 이끌어온 노후자산관리 전문가다.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만나는 지점에 새로운 황금어장이 생겨난다고 보고 이같은 흐름에 ‘데모테크’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1955년~1974년까지 20년간 매년 90~100만 명씩 태어났다. 지난해 출생아가 30만 명이 채 안됐던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많은 인구인지 실감이 난다. 그 맏형격인 1955년생이 지난해부터 고령자(만 65세)에 편입됐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의 노후걱정도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의 노후빈곤율(2018)은 43.4%로 OECD 37개국중 1위다.

하지만 은퇴전문가인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대표(59)는 “열심히 살아온 5060세대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잘라말한다. 현재 1700만 명에 달하는 5060은 대부분 국민연금이 준비된 세대이자 경제성장기에 어느 정도 자산을 축적한 세대라는 것. 전쟁과 가난의 역사를 헤쳐 오느라 노후준비가 미흡했던 7080세대와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고령자라고 한 묶음으로 보기 일쑤지만 5060세대와 7080세대는 구분해야 합니다. 사실 변화가 심한 한국은 5년마다 다른 세대가 나타난다고 봐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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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5060은 국민연금이 준비됐고 어느 정도 자산도 확보됐다고 할 수 있는 세대다. 이들은 자산과 건강, 활력 등을 스스로의 힘으로 가꾸며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만나는 곳에 황금어장 형성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냈고 2013년부터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을 맡아 이끌어온 노후자산관리 전문가다.

이런 그가 주목하는 것은 고령화와 기술혁명이란 두가지 메가트렌트가 만나는 지점. 두 트렌드는 서로를 필요로 하며 앞으로 그 지점에서 부가 형성되는 어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데모테크가 온다’)에서 이를 ‘데모테크’라 명명했다. 인구를 뜻하는 ‘데모(demography)’와 기술의 ‘테크(technology)’를 합친 신조어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혁신으로 바이오,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수요자는 질병치료와 건강관리,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고령자들입니다. 그야말로 수요(인구)와 공급(기술)이 모두 증가하는 시장이죠.”

여기에 5060은 윗세대와 달리 자신을 위해 돈을 쓸 능력도 의사도 있다.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이들의 움직임이 곧 혁명이라는 것이다. “5060세대가 만들 10년 후 고령사회는 완전히 다른 세상입니다. 이들의 퇴직 후 15년, 액티브 시니어 시장도 무척 크죠. 이 시장은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했습니다.”

김대표는 한국인의 노후자산이 부동산에만 쏠려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투자에서는 분산과 장기투자, 인내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구조에 주택연금 추가
-노후 수입의 경우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구조에 만년에는 주택연급까지 활용한다면 안심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다고 봅니다. 국민연금의 경우 세대간 형평의 문제, 퇴직연금의 경우 수익률이 너무 낮은 문제 등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지만 큰 틀에서는 3층 구조가 맞다고 봅니다. 요즘 주목받는 것이 주택연금입니다. 달리 돈 나올 곳이 없는 고령자에게 최후의 피난처가 될 수 있습니다. 고령자가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금융기간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월 일정액을 사망할 때까지 연금 형식으로 받는 대출인데, 분할대출해서 목돈을 갚는 형태라 ‘역모기지’라 합니다. 공시가 기준 9억 이하 주택에 해당되고 사망할 때까지 주거안전성이 유지됩니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해약하고 대출금을 갚으면 되고 그 3년 뒤 다시 가입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특히 부동산가격이 오르면서 해약이 많다던데요.

“주택연금의 단점은 보증료 0.75%가 있고 이자 계산에서 역 복리 효과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가입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이자가 복리로 커지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늦게 가입하는 게 좋습니다. 흔히 ‘그래도 자식들에게 집 한채는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요즘 부모님들 90세 넘어 돌아가시면 상속받을 자식은 60세가 넘게 됩니다. 80세 전후에 가입하셔서 부모님 생전에 충분히 활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부동산에 쏠린 노후자산…5년 내 포트폴리오 조정을
-한국인의 노후자산 70%가 부동산입니다. 거시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이 꼭짓점일 가능성을 강조하시는데요.

“물론 부동산은 좋은 자산이지만 너무 쏠려 있고 그로 인한 오버슈팅이 발생하고 있어요. 간접투자, 글로벌 투자 쪽으로 눈을 돌려 자산을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부동산은 지난 20년간 △금리 △소득 △인구의 세 모멘텀으로 상승해왔습니다. 여기에 공급 문제가 있는데 이건 5년 정도면 어떻게건 해결될 겁니다. 금리가 20년 전 8%대에서 현재 0~1%대까지 계속 내렸고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대에서 3만 달러대로 올라섰습니다. 입지가 좋은 신축에 대한 수요가 몰렸죠. 인구가 늘고 가구가 분화해 또 주택 수요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가지 모멘텀은 앞으로 20년간 거꾸로 가거나 작동하지 않게 됩니다. 금리는 더 이상 내릴 곳이 없고 소득도 3만 달러에서 브레이크가 걸렸습니다. 인구는 지난 20년과 정반대로 갑니다.

소득이나 인구 등의 변수는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5~10년 누적되면 반드시 영향을 줍니다. 소리 없이 쌓인 눈의 무게에 나뭇가지가 갑자기 부러지는 것처럼 말이죠. 공급부족이 5년 정도면 해결된다는 걸 감안하면 향후 5년간 서서히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서 부동산과 유동성 자산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노후, 내 돈이 돈을 벌게 하라
-부동산에 쏠렸던 자산을 금융투자로 일부 돌리라는 말씀인가요.

“더 이상 스스로 일해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더욱 투자가 필요합니다. 5060세대도 ‘글로벌 투자자’가 돼야 합니다. 내가 잠자는 시간에도 지구 반대편에서 해외 젊은이들이 내 돈을 벌어주게 해야 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데모테크 관련 투자를 눈여겨보세요. 클라우드 컴퓨팅, 바이오, 헬스케어, 배터리-환경, 디지털 보안 등이 유망합니다. 향후 30년이면 한국의 노인부양비율이 세계 1위가 될 것이라는데, 외국의 젊은 국가에 투자해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ETF와 리츠를 권하고 계시는데.

“다양성을 갖춘 분산투자라는 관점에서 권합니다. 개별 종목을 가지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누가 승자가 될지 알 수 없죠. ETF(Exchange Traded Fund·상장지수펀드)는 말 그대로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투자자들이 주식처럼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입니다. ‘바이오테크’ ‘메타버스’하는 식으로 한 분야의 주식 묶음에 투자하는 것이니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부동산에 지분투자하는 신탁상품인 리츠(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부동산투자회사)도 마찬가지죠. 실물 부동산은 덩어리가 크고 유동성이 떨어지지만 리츠는 주식처럼 작은 지분을 사고 팔 수 있고 배당도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투자에서는 분산과 장기투자, 인내가 핵심입니다. 또 후방에 있으면서 재료를 공급하는 업종을 선택하세요. 양 진영이 갈라져 싸운다면 양쪽에 공급하는 무기상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이익이 큰 법입니다.”

그는 장수사회가 장기투자의 기회도 안겨줬다고 말한다.

“친구들에게 ‘좋은 주식 2000만 원 어치만 사서 20년간 묻어두라’고 했습니다. 20년 뒤 80세에 열었봤을 때 5~10배 불어나 있으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지요. 이렇게 권하는 이유는 그들이 80세로부터 또 20년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후를 위해 가장 먼저 준비돼야 할 것은 ‘나 자신’이라고 강조하는 김경록 대표.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 투자해 75세까지는 일할 ‘1인1기’를 갖출 것을 권한다. 자신의 집무실에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가장 큰 은퇴자산은 ‘나 자신’… 1인1기 갖춰라
-은퇴를 앞둔 세대가 가장 챙겨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친구들이 모여 얘기하다보면 ‘현금, 연금, 건강, 마누라…’ 등이 줄줄이 나옵니다만, 저는 ‘나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이 은퇴 뒤 자신의 인적 자산을 사장시키는데, 이걸 살려내야 한다. 자신에게 투자를 해서 자격증 따서 월 100만 원씩의 고정 수입을 만든다면 금리 1%로 쳐서 현금 12억 원을 보유한 것과 같습니다. 그러려면 ‘1인 1기’, 즉 한사람이 한가지 기술 정도는 갖춰야 합니다. 가까운 친구들이 요즘 노무사 감정평가사 손해사정인 자격증을 땄습니다. 감정평가사 자격증을 딴 친구는 ‘이게 수억원 가치를 가졌다’고 뿌듯해 하더군요.”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0여 년 전만 해도 서점가에서 ‘황혼이혼’이나 ‘성인자녀 리스크’ 등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다룬 책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수험서가 베스트셀러가 돼 있다고 한다. 60대 남성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할 수 있는 주택관리사나 전기설비사 자격증이고 고령 여성에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이다.

그는 5060세대는 75세까지는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을 하면 △건강해지고 △돈이 생기며 △사회적 관계망이 형성됩니다. 젊을 때처럼 하루 8시간 매여서 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7080은 6·25전쟁과 그 가난의 시기를 살아남아 자녀 키워낸 것만 해도 고마운 세대입니다. 국가가 섬기며 함께 가야 한다. 5060은 ‘나’라는 자산, 주택자산, 연금자산 등 본인이 가진 자산을 풀 활용한다면 노후가 괜찮을 거라고 믿습니다. 다만 지금 5060이라면 100세까지는 산다고 보고 40~50년 이상 장기계획을 세워야 할 겁니다.”

※ 인생 후반, 더 중요해지는 ‘돈 건강 행복’

풍요로운 100세 인생을 맞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돈과 건강, 그리고 행복입니다. 이 모든 것은 어느 날 갑자기 갖춰지는 게 아니고 30~40대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준비해나가야 합니다. ‘100세 카페’에서는 특히 인생 2막을 잘 맞이하기 위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돈과 행복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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