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군 성폭력 사망도 공군 판박이… 軍 ‘빈말’ 엄중 문책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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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여성 중사가 같은 사무실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해군 사건과 관련해 “엄정 수사”를 지시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서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동해안 경계 실패, 청해부대 집단감염, 공군 중사 성폭력 사망사건 등에 이어 벌써 7번째다.

이번 사건은 공군 사건과 발생 및 대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판박이’ 같은 모습이다. 서 장관이 “일벌백계” “분골쇄신” “환골탈태”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던 것이 지난달 7일이다. 장관의 지시에도 일선 부대에서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해군 중사의 성추행 피해는 공군 사건의 피해자가 사망한 지 엿새 만에 일어났다. 피해자는 사건 당일 피해 사실을 부대 주임상사에게 보고했지만, 가해자는 주의를 받는 데 그쳤다. 군이 얼마나 성폭력 문제에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족들은 2차 가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피해자가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2차 가해를 호소한 SNS 메시지도 공개됐다. 공군 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수사당국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서 장관과 해군참모총장은 성추행 사건 발생 후 76일 만에야 처음 보고를 받았다. 또 공공기관은 성폭력이 발생하면 여성부에 즉각 통보해야 하지만 해군은 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성폭력방지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성폭력 예방도, 피해자 보호도, 유관 기관과의 협력도 구멍투성이인 게 군의 현주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의 성폭력 대응 시스템 전반을 다시 한번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해군 성폭력 사망#공군 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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