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도쿄 입성한 김경문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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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위반’ 논란에 따가운 여론
29일 이스라엘과 첫판 앞두고 일정 빠듯하고 구장 적응도 못해

“제가 말을 많이 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6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사진)은 거듭 이 말을 반복했다. 13년 만에 한국 선수단 트레이닝복을 입고 목에는 올림픽 AD카드까지 걸쳤지만 표정에서 설렘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연이은 KBO리그에서 불거진 단체 음주 등 방역지침 위반 논란이 부담되는 듯했다. 줄줄이 카트를 밀고 나온 선수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승부의 땅에 왔다는 기대감보다는 애써 차분함을 유지했다.

2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이 도쿄에 입성했다. 이날 대한항공 KE703편에 탑승한 야구팀은 착륙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약 2시간 만인 오후 3시 30분경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선수단은 이날 검사 결과가 나온 순서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무리지어 나왔다.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를 착용한 선수들도 있었다.

야구 대표팀의 상황은 좋지 않다. KBO리그 내에서 방역수칙 위반 선수가 줄줄이 나오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내야수 박민우(NC), 투수 한현희(키움)가 대표팀에서 교체됐고 징계를 받았다. “성적으로 갚겠다”는 말도 더 이상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김 감독도 “아름다운 말보다는 첫 경기에 승기를 잡을 수 있도록 선수단도 온 신경을 다 쓰고 있다”고 했다.

일정도 빠듯하다. 23∼25일 사흘 연속 고척스카이돔에서 평가전을 치른 야구팀은 이날 선수촌에 들어간 뒤 27일 오타스타디움, 28일 일본스포츠과학대에서 훈련을 하고 29일 이스라엘과 B조 조별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대회 전까지 경기장인 요코하마스타디움을 밟지 못하는 것도 걱정이다. 김 감독은 “아쉽긴 해도 모든 팀이 같은 조건이다. 스포츠는 힘이 있는 팀이 이기는 것이니까 몸 관리 잘해서 베스트 컨디션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27일 도쿄 지역에 상륙할 예정인 태풍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훈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 감독도 바람의 영향을 걱정하기도 했다.

국내 평가전 성과로는 “경기가 다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타자들이 투수의 볼을 세 경기라도 봤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첫 상대인) 이스라엘도 우리와의 경기에 총력전이 예상되는 만큼 타자들의 감이 올라올 때까지 투수들이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선수촌에는 선수 24명과 김 감독, 최일언, 이종열 코치가 입촌하고 나머지 코칭스태프는 촌외 호텔에 묵는다.


도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도쿄올림픽#김경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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