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신자유주의 불평등 해법은 삼림헌장에

김상운 기자 입력 2021-07-17 03:00수정 2021-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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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의 약탈/가이 스탠딩 지음·안효상 옮김/504쪽·3만 원·창비
11세기 후반 영국 왕 윌리엄 1세는 영국 곳곳에 이른바 ‘왕의 숲’ 25개를 만들고 여기서 사냥을 즐겼다. 이후 영국 왕들은 이 숲을 더욱 늘려 왕실재정에 충당했다. 1217년 이런 숲은 영국 전역에 걸쳐 143개에 달했다.

1215년 왕의 절대권력을 제어하고 입헌주의를 낳은 ‘마그나 카르타(대헌장)’가 체결될 때 경제적 권리에 대한 획기적 틀도 마련된다. 숲을 일종의 공유지로 개방하는 내용의 ‘삼림헌장’이다. 여기에는 땔감용 나무를 얻고, 초지에 가축을 방목하며, 과일을 수확할 권리 등이 포괄적으로 규정된다. 이로써 왕의 배타적 놀이터인 숲도 서민들의 소중한 생계수단이 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유지는 단순히 공공 숲과 같은 자연자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저작권이나 특허 같은 무형자산, 인터넷 등 사회 인프라, 방송전파 등의 문화자원까지 포함한다. 다시 말해 세금으로 비용을 대거나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각종 자원, 사회제도, 문화전통 등을 아우른다.

오랫동안 경제 불평등 문제에 천착한 영국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가 공유지의 사유화를 부추겨 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시장이 최우선인 신자유주의는 가격을 따질 수 없는 사회제도를 무익한 걸로 간주한다. 공유지를 통해 공동의 수익을 창출해 온 제도도 마찬가지. 그는 공유지를 무시하고 사회제도를 폄하한 대처주의 폐해가 극심한 불평등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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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저자는 99%가 착취당하는 최악의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신자유주의 이전 삼림헌장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공유지의 상업적 이용에 부담금을 부과해 국민들에게 수익을 균등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말미에 “우리는 너무나 은밀하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빼앗기고 있는 공유지를 되찾기 위해 새로운 보상의 헌장이 필요하다”고 썼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공유지의 약탈#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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