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라면값 인상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7-17 03:00수정 2021-07-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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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농심은 신라면의 2배 가격인 ‘신라면블랙’을 내놨다. 프리미엄급 라면의 첫 등장이었는데 곧바로 음모론에 휩싸였다. ‘조만간 신라면 생산을 중단하고 비싼 신라면블랙만 남겨 라면값을 올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무근’이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이 악화되자 농심은 신라면블랙 판매를 중단했다가 1년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생산을 재개했다. 신라면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라면값은 이렇게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민감한 사안이다.

▷삼양식품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라면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 15일 처음 내놓은 삼양라면은 한 봉지에 10원이었다. 담배 한 갑이 25원, 다방커피 한 잔이 35원 하던 시절이었다. 올해 한 대형마트에서 5개들이 ‘삼양라면 오리지널’ 기획상품이 2780원에 팔렸다. 봉지당 560원 정도로 58년간 56배가 됐다. 그사이 담뱃값이 180배, 커피값이 100배 이상 올랐으니 많이 올랐다고 볼 수는 없다. 역대 정부가 서민 식품인 라면을 물가관리 품목에 넣어 가격 상승을 억제한 결과다.

▷라면업계 2위 오뚜기가 다음 달부터 진라면, 스낵면 등의 가격을 평균 11.9% 올린다.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의 인상이다. 밀가루 국제 가격이 1년 전보다 30%, 면을 튀길 때 쓰는 팜유가 70% 이상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임금, 물류비도 많이 올랐다. 2016년 12월 이후 값을 동결한 업계 1위 농심, 2017년 5월 이후 동결한 3위 삼양식품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후 각국의 식량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수송까지 어려워졌는데 올해 들어 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면서 ‘애그플레이션(농업·agriculture+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5월 세계 식량가격지수(FFPI)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급등했다. 6월에 조금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4% 급등하자 미국의 식료품점들이 설탕, 냉동육을 사재기한다는 소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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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집콕’, 재택근무에 힘입어 내수, 수출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한국 라면업계는 올 들어 집 밖 활동이 늘면서 판매가 줄고 원재료값은 폭등해 고민에 빠졌다. 그렇다 해도 라면을 제일 많이 먹는 20대 청년 1인 가구, 홀몸노인의 호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라면값 인상은 우울한 소식이다. 라면에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 주는 계란값은 1년 전의 갑절이고, 대파값도 70% 오른 상태다. 한국인의 솔 푸드인 ‘파 송송 계란 탁’ 라면 한 그릇의 부담마저 커지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라면값 인상#삼양식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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