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우표에 마약 발라… 기막힌 밀수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7-16 03:00수정 2021-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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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해외여행 막히자 다크웹-SNS서 판매처 접촉
국제우편-특송화물로 반입 시도
수족관용 소금으로 둔갑시키기도
관세청 상반기 662건 214kg 적발
수프 통조림에 숨겨 들여오다 적발된 대마초.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이 중단되자 마약을 화물에 숨겨 국내로 들여오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관세청 제공
올해 1월 인천본부세관 마약조사과에 ‘마약 의심 화물’이 포착됐다. 미국에서 발송된 수족관용 소금 상자였다. 밀봉된 상자 속에는 소금처럼 보이는 하얀 가루가 가득했다. 소금으로 위장한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이었다. 용량은 3752g. 필로폰 1회 투약분이 대개 0.03g이니 한 번에 12만5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올해 2월엔 네덜란드에서 들어온 그림엽서에서도 마약이 발견됐다. 그림엽서 자체에는 마약의 흔적이 없었다. 문제는 엽서에 붙은 우표였다. 마약업자는 단속을 피하려 우표에 무색무취한 분말 형태의 환각제인 ‘LSD’를 골고루 바르는 수법을 썼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1∼6월) 세관을 통해 마약류 662건(214.2kg)을 적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적발 건수는 59%, 적발 중량은 153% 증가했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마약을 밀반입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반입은 올 상반기 605건이 적발됐다. 전년 동기(158건)의 약 3.8배로 증가한 것이다. 젊은층이 다크웹이나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마약 판매처와 접촉한 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로 들여오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관세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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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숨기는 수법도 교묘해졌다. 흰색 분말인 마약을 소금으로 둔갑시키거나 우표, 화장품은 물론이고 수프 통조림에도 마약을 숨긴 사례가 있었다. 마약 종류별로는 필로폰이 43.5kg 적발됐다. 지난해 상반기 적발 물량(24.5kg) 대비 약 77% 늘었다. 이는 145만 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엑스터시의 주성분인 MDMA, LSD도 적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8%, 200% 늘었다. 성범죄에 악용돼 ‘강간약물’로 불리는 케타민은 올 상반기 22건 적발됐다. 1년 새 267% 증가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 금지돼 항공 여행자가 마약을 직접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화물과 우편을 통한 밀반입이 많아지고 있다”며 “인터넷을 통한 젊은층의 마약 주문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대 마약사범은 2018년 2118명, 2019년 3521명, 2020년 449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제 마약조직이 밀반입하는 대규모(1kg 이상) 필로폰 밀수 적발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밀수되는 필로폰이 대부분이었는데 미국 등으로 밀반입 경로가 확대되는 추세다. 관세청은 “아태지역 필로폰 압수량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며 “해외 단속 기관과 공조해 밀수를 최대한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마약 밀수#엽서 우표#마약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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