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층에 선심성 돈 뿌리기로 변질된 한국판 뉴딜

동아일보 입력 2021-07-16 00:00수정 2021-07-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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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한국판 뉴딜’ 선언 1주년을 맞아 ‘한국판 뉴딜 2.0%’ 정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투자 규모를 160조 원에서 220조 원으로 늘리고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두 개였던 축에 ‘휴먼 뉴딜’을 추가했다. 휴먼 뉴딜엔 자녀돌봄 서비스 확충 등도 포함돼 있지만 핵심은 청년층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다.

연소득 2200만 원 이하 청년이 월 10만 원씩 3년간 360만 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360만∼1080만 원을 얹어주는 저축상품을 내년에 내놓겠다고 한다. 소득 3600만 원 이하 청년에게 이자 외에 저축액의 2∼4%를 얹어주는 2년 만기 적금을 만들어주고, 소득 5000만 원 이하 청년은 납입금의 4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는 펀드에 가입시켜 준다. 군복무 중 저축하면 3분의 1을 더 얹어 전역 때 목돈을 쥐여준다. 이런 데에 필요한 예산이 연간 2조 원씩 총 8조 원이다.

국가 미래 산업을 육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한국판 뉴딜에 청년대책을 끼워 넣은 건 어떻게 봐도 부자연스럽다. 집값·전셋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 희망을 잃고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달래려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고 나면 1억 원씩 집값이 치솟는 마당에 수십∼수백만 원으로 청년층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임기 10개월도 안 남은 정부가 4년짜리 정책을 ‘대못 박기’하듯 내놓은 것도 적절치 않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쏟아내는 현금 살포 공약과 맞물려 나랏빚을 더 빠르게 늘릴 것이다. 한국인 1인당 국가채무는 내년에 2000만 원을 넘어선다. 정부가 나눠주겠다는 돈은 청년 세대가 평생 세금으로 갚을 빚을 미리 끌어다 쓰는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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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을 위해 지금 할 일은 통장에 나랏돈을 쏴주는 게 아니다. 폭등한 집값에 좌절한 청년을 진정 위한다면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부터 포기해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 나아가 획기적인 규제 혁신과 노동개혁으로 기업 채용, 창업을 활성화하고 직무교육 투자를 늘려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청년들이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한국판 뉴딜#선심성 돈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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