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도시의 새 패러다임 만들기[김도연 칼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1-07-15 03:00수정 2021-07-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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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간 산업문명 발전 이끌어온 대도시
코로나19·기후위기로 인구밀집 문제 떠올라
디지털 세상에선 어디서든 동일한 삶 가능
원격의료 등 디지털문명에 맞는 전환 필요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1년 반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또다시 기승이다. 성인 90%가 이미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영국에서도 하루 확진자가 3만 명을 훌쩍 넘고 있으니 우리처럼 접종 실적이 한참 못 미치는 사회에서는 거리 두기 강화를 피할 수 없다. 흩어져야 안전한 세상이다.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전염되는 호흡기 질환인 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도시는 바이러스의 온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가 집단을 이루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다. 농업과 목축의 잉여생산품을 서로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삶의 질은 크게 좋아졌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장점은 늘어나지만 식수 확보 등 어려움 때문에 이 시대 한 마을 인구는 최대 150명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삶의 흔적은 오늘까지 남아 있는데, 실제로 현대의 개개인도 친밀감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150명 이내라고 한다. 많은 나라에서 군대의 기본조직이 150명인 것도 이 때문이며, 더 나아가 이 정도의 구성원이 이루는 기업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더 큰 집단을 이루기 위해 인류는 맑은 물이 충분한 큰 강 주변에 도시를 세웠지만 그 발전은 강물의 흐름처럼 잔잔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더불어 도시는 크게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기계의 등장으로 대량생산이 이뤄지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때 형성된 대규모 시장이 다시 사람들을 도시로 불러들였는데, 이 무렵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 아닌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었다. 1832년 당시 인구 20만 명이던 미국 뉴욕시에서는 콜레라로 주민 3500명이 사망했다. 이런 일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났다.

도시인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맑은 물은 토목기술의 발전으로 상하수도가 설치되며 충족됐고, 이를 통해 수인성 전염병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됐다. 그리고 백신 등 의료기술에 힘입어 도시로의 인구 집중은 20세기 들어 가속화됐다. 뉴욕시 인구는 1930년에 이미 700만 명에 달했다. 현재는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이 도시에 살고 있으며 서울처럼 인구 1000만 명에 이르는 초거대 도시도 30여 개에 이른다. 결국 지난 200여 년 동안 문명 발전은 도시의 생성과 팽창 과정이었다. 실제로 도시 발전과 경제 성장은 완벽한 상관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2000년 당시 10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그 10배인 1만 달러를 넘어섰는데, 그 20년 동안 인구 4억 명이 도시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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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도시화를 통한 발전은 이미 체감하고 있는 위기인 기후변화만 고려하더라도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전체 온실가스의 80% 이상이 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도시 팽창을 지구가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도 도시인의 삶을 크게 위협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라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추가됐다. 산업문명을 이끌어 온,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는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새로운 방향을 찾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민국은 도시 거주 인구가 90%를 넘는 나라다. 그러나 서울로의 인구 이동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가름할 중차대한 문제다. 인구가 몰리는 것은 일자리, 교육, 그리고 의료 등에서 서울에서의 삶이 다른 도시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기 때문인데, 이 문제를 주택 보유세를 높이거나 혹은 임대차법 제정 같은 각종 행정규제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런 접근은 이미 수차례 경험한 바와 같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더 많이 짓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산업문명 시대를 벗어나 디지털문명 시대로 들어섰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전국 어디서라도 동일한 삶을 살 수 있다. 소규모 지역도시는 서울보다 훨씬 바람직하고 안전한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우선 코로나19가 앞당긴 원격교육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온갖 규제를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 교육자들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왜 아직도 원격의료가 멀고 먼 꿈으로만 남아있나. 아쉬운 일이다. 새로운 정부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삶의 방식을 구상하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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