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만큼 소중한 중고등학교 스포츠 교육[김도연 칼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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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올림픽 활약은 국민통합에 기여
중고교까지 엘리트 영역인 韓 스포츠교육
단체 스포츠 경험은 큰 교육적 의미
체력 기르고 규칙 존중하고 배려 체득
수능 치중 벗어난 스포츠 프로그램 필요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코로나19로 인해 1년이나 늦어진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주 끝났다. 전염이 우려되는 걱정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땀 흘리며 국위를 선양한 우리 젊은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어떤 분야라도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선수들 모두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자랑스러운 존재다.

흩어지면 안전하고 모이면 위험한 코로나19 세상에서, 거의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외국에서 들어와 함께 치르는 것이 올림픽이다. 행사 담당자들은 당연히 전염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겠지만,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다. 당초 일본 국민의 80% 이상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로서는 올림픽 개최를 통한 사회 분위기 전환이 절실했던 모양이다. 방역에 차질이 없었기를 기원한다.

획득한 금메달 수를 헤아려 순위를 매기는 일은 비합리적이지만, 어쨌건 올림픽 성적은 국력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지난날 올림픽을 돌아보면 인구 1500만 명 정도였던 작은 나라 옛 동독은 1970년대부터 1988년 서울 대회까지 빠지지 않고 2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1등은 항상 옛 소련이었다. 그랬던 두 나라 모두 세계지도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올림픽 순위는 국력 순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무언가 부족했던 나라들이 순위 올리기에 치중했는데, 대한민국도 서울 올림픽에서는 옛 소련, 옛 동독, 미국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번 도쿄에서는 미국, 중국에 이어 일본이 3위를 했다.

초기 올림픽은 철저히 아마추어 스포츠를 지향했는데 철인 10종 경기 등에서 우승한 미국 선수는 프로야구 팀에서 잠시 활약했다는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대비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받으며 훈련하고, 메달을 획득하면 큰 보상까지 받는 선수들과 프로 선수를 구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다. 결국 오늘의 올림픽은 프로와 아마추어 상관없이 최고의 선수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 무대가 되었다.

여기에 TV를 통해 전 세계인이 올림픽을 시청하면서 거대한 광고시장이 형성되었고, 그 결과 올림픽은 상업주의라는 되돌아갈 수 없는 큰 강을 이미 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번 도쿄 올림픽 중계권 판매로 약 3조 원을 벌었다. 이렇게 지구촌의 가장 큰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하며 함께 느끼는 자부심은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촉매제다.

그러나 우리처럼 중고등학교 스포츠까지 모두 엘리트의 영역이 돼버린 현실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야구는 조금 특별한 경우지만, 일본에는 전체 5000개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중 야구부가 있는 학교가 4000개에 달하며 등록 선수는 약 16만 명이다. 반면 우리는 2400개 고등학교 중 단지 80개 학교에만 야구부가 있으며 등록 선수는 약 3200명이다. 우리는 일본에 비해 숫자로는 50분의 1의 야구 선수를 기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한일 간의 지난 20년간 국가대표팀 경기 전적은 이번 올림픽의 패배를 포함해 23전 12승 11패였다. 이렇게 쫓고 쫓기는 일본과의 승부는 우리가 얼마나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하고 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만큼 청소년기에는 모든 스포츠 활동이 중요하지만, 특히 단체 스포츠는 교육적으로 의미가 크다. 중고등학교 학급마다 축구팀이나 배구팀이 있어 서로 즐기고 경쟁한다면 이를 통해 얻는 경험과 지식은 대단히 값질 것이다. 스포츠 활동은 행복한 삶의 원천인 체력을 기르는 길이다. 동시에 규칙을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성공적 인생의 기본 요소인 협력과 배려를 체득하는 길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어느 스포츠 게임에서도 패배는 있기에 좌절과 실패를 극복하는 정신적 강인함을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중고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함성 지르며 내닫는 학생들의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이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 수능을 준비하느라 다섯 개 중 하나인 정답 찾기 연습으로 하루 종일 보내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안쓰럽다. 그리고 엉뚱한 일을 계기로 수능을 강화한 정부 정책은 참으로 아쉽다. 이제는 대학입시를 바꾸고 스포츠 활동을 진작해야 한다. 스포츠는 매우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올림픽#스포츠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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