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열정으로 골 승부한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화제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7-13 03:00수정 2021-07-13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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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女축구팀끼리 벌이는 예능… 발톱 빠지고 깁스 부상에도 투혼
다큐 같은 예능… 도전에 큰 울림 “진지함이 기존 프로와 차별화”
SBS ‘골 때리는 그녀들’ 1회에서 FC 월드클라쓰의 후지모토 사오리(가운데), FC 불나방의 신효범(왼쪽)과 조하나(오른쪽)가 경기를 벌이고 있다. SBS 제공
“축구를 본 적은 있어도 해보고 싶은 건 처음이네요.”

지난달 말, 여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엄마를 위한 축구 교실도 있나요’라는 질문에 활발한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이들을 자극한 건 여성들로 구성된 6개 아마추어 축구팀이 출연하는 SBS 스포츠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설 연휴에 선보인 파일럿 방송이 시청률 10%를 넘기자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지난달 16일 방송을 시작한 후 7% 안팎의 시청률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가대표나 그들의 가족인 ‘FC 국대 패밀리’, 개그우먼 팀 ‘FC 개벤져스’, 평균 나이 48세인 ‘FC 불나방’, 모델 팀 ‘FC 구척장신’, 배우 팀 ‘FC 액셔니스타’, 외국인 방송인 팀 ‘FC 월드 클라쓰’로 구성됐다.

최근 동아일보와 통화한 연출자 이승훈 PD(40)는 37명의 여성을 출연진이 아닌 ‘선수’라고 불렀다. 그는 “2002년 월드컵을 뜨거웠던 여름으로 기억한다. 다들 축구가 처음이지만 열정은 그때 못지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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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모여서 축구를 한다고? 처음에는 다들 그랬지. 골 때린다고.”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내레이션처럼 중년 남성이나 유망주가 주연이었던 스포츠 예능이 여성에게 눈을 돌린 건 이례적이었다. 여성이라고 해서 축구를 ‘조금 배워본다’ ‘한번 해본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모델 한혜진은 발톱이 빠지도록 공을 차면서도 “2회는 언제 할 건데요? 발톱이 자라야 하는데”라며 전의를 불태운다. 이 PD는 정규시즌 개막 전 부상 위험 때문에 연습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단다. “그래도 저 몰래 만나서 연습하더라고요. 선수들의 의지가 통제가 안 돼요.”

‘각본 없는 드라마’는 시청자를 울린다. 구척장신팀에서 벤치 신세였던 공식 ‘구멍’ 송해나, 이현이는 끝끝내 골을 넣는다. 설 특집에서 4 대 0으로 졌던 구척장신 팀은 국대패밀리 팀과 재대결에서 승부차기까지 갔고, 이들은 마침내 ‘한 골’이라는 꿈을 이룬다. 개막 2주를 앞두고 다리 깁스를 한 신봉선은 “박선영 언니처럼 멋진 주장이 되고 싶었는데 아직 제가 부족해서 서툴러요”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런 그가 박선영을 포함한 불나방 팀과의 재대결에서 골을 넣고 승리를 이끈다.

선수들의 인생 이야기도 공감을 더한다. 축구선수 정대세와 결혼하며 승무원 일을 그만둔 명서현은 “누군가의 아내, 엄마로만 살았어요. 축구선수의 아내가 축구선수가 된다는 건 생각도 못 해봤어요. 요즘 제 삶이 너무 좋아요”라며 웃는다.

감독으로 나선 김병지 황선홍 이천수 최진철 최용수 이영표 등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의 전략도 흥미를 더한다. 개벤져스 팀의 감독 이천수는 상대의 방어 형태에 따라 2, 3명이 조직적으로 공격 전술을 펴는 세트피스 전략으로 월드클라쓰 팀과의 대결에서 3골을 만들어냈다.

6개 팀은 2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치른 뒤 각 조 상위 2팀이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현재 불나방 팀, 월드클라쓰 팀, 구척장신 팀이 한 번씩 패배한 상태다.

프로그램은 예능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1시간 30분가량의 방송시간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분위기와 선수들의 진지함이 경기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차별화 포인트”라는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처럼 제작진도 굳이 시청자를 웃기려 하지 않는다. 이 PD는 “예능적 요소를 추가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냥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생각이다. 이거야말로 살아있는 예능이라고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골 때리는 그녀들#열정#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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