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홀린 만치니 용병술, 최종병기는 골키퍼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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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0 이탈리아 우승]伊, 잉글랜드 꺾고 유로축구 우승
1-1 무승부서 승부차기 3-2 승리… 53년 만에 대회 정상에 다시 올라
A매치 34경기 무패행진도 진행형… 승부차기 2개 쳐낸 22세 돈나룸마
골키퍼 최초로 대회 MVP에 선정… 데뷔후 승부차기 5번 모두 이겨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 4번째 키커 제이던 산초의 공을 막아내고 있다(위 사진). 경기가 끝난 뒤 대형 이탈리아 국기를 몸에 두르고 눈물을 흘린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아래 왼쪽 사진). 돈나룸마(등번호 21번)가 잉글랜드 마지막 키커의 공을 막아내고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이탈리아 선수들이 돈나룸마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동료들과 달리 돈나룸마의 담담한 표정이 이색적이다. 런던=AP 뉴시스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의 유로 2020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 4번째 키커 제이던 산초의 공을 막아내고 있다(위 사진). 경기가 끝난 뒤 대형 이탈리아 국기를 몸에 두르고 눈물을 흘린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아래 왼쪽 사진). 돈나룸마(등번호 21번)가 잉글랜드 마지막 키커의 공을 막아내고 승리를 확정 짓는 순간 이탈리아 선수들이 돈나룸마를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동료들과 달리 돈나룸마의 담담한 표정이 이색적이다. 런던=AP 뉴시스
이탈리아가 53년 만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 골문을 굳게 지킨 잔루이지 돈나룸마(22)는 골키퍼로서는 처음으로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탈리아는 12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에서 전후반과 연장전을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A매치 34경기 무패(27승 7무) 행진을 이어간 이탈리아는 자국에서 열렸던 1968년 대회 이후 반세기 넘게 인연을 맺지 못한 우승 트로피를 다시 안았다. 2000년, 2012년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씻었다. 우승 상금 등 3400만 유로(약 464억 원)도 챙겼다. 반면 대회가 시작된 1960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던 잉글랜드는 안방에서 무관의 한을 풀려던 꿈이 깨졌다.

잉글랜드가 역대 유로 결승 최단 시간인 경기 시작 1분 56초 만에 터진 루크 쇼의 골로 앞서 나갔으나 이탈리아는 후반 22분 문전 혼전 중에 터진 레오나르도 보누치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120분의 공방전에도 승패를 못 가린 뒤 이탈리아의 선축으로 승부차기가 시작됐다. 돈나룸마는 승부차기 2-2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4번째, 5번째 키커인 제이던 산초와 부카요 사카의 슈팅을 연속으로 막아냈다. 산초와 승부차기에서 실축한 3번째 키커인 마커스 래시퍼드는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이 승부차기에 대비해 투입한 비장의 카드였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만 19세인 대표팀 막내 사카가 가장 부담스러운 마지막 키커로 나선 것에 대해 로이 킨 등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전술이라며 비판했다.

승부차기를 두 차례나 막은 돈나룸마는 MVP에게 주어지는 ‘플레이어 오브 더 토너먼트’에 선정됐다. 1996년 MVP 시상이 도입된 후 골키퍼 수상자는 전체 7명 가운데 그가 유일하다.

돈나룸나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4실점만 했다. 3경기는 무실점이었다. 돈나룸마는 스페인과의 4강전 승부차기에서도 두 골을 막아내 승부차기 4-2 승리를 이끌었다.

2015년 이탈리아 AC밀란에서 프로로 데뷔한 그는 2016년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평가전에 17세 189일의 나이로 출전해 이탈리아 골키퍼 최연소 A매치 출전 기록을 세운 유망주다. 유럽 축구 통계 전문업체 옵타에 따르면 돈나룸마는 커리어 통산 5번의 승부차기를 모두 이겨 100% 승률을 기록했다. 돈나룸마는 우승 뒤 “믿기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를 썼다”면서 “MVP는 팀이 받아야 할 상이었다”며 영광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이탈리아 대표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시상식에서 눈물을 쏟았다. 이탈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아픔을 겪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만치니 감독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선수들을 테스트하며 기용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다양한 공격 루트로 득점력을 끌어올렸고 공수 조합을 통해 실점도 줄였다. 확 달라진 이탈리아 축구는 ‘축구가 로마에 돌아왔다’는 말을 하기에 충분했다.

잉글랜드는 이날 패배로 역대 메이저 대회(월드컵, 유로) 승부차기 승률이 22%(9경기 2승)로 떨어졌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5골을 기록해 포르투갈 최초로 유로 득점왕이 됐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유로 2020#이탈리아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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