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줄여주는 장비에 AI-VR로 시선까지 파악

유재영 기자 입력 2021-07-10 03:00수정 2021-07-1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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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 색깔 바꾸는 ‘K스포츠과학’
코로나로 실전경험 쌓기 어려워져 스포츠과학원 대대적 업그레이드
고압산소 캡슐서 피로 빠르게 회복… NBA 스타들 이용하는 첨단장비도
근대5종 훈련 돕는 ‘3D안경’에 럭비 ‘GPS 조끼’로 움직임 파악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루틴 확립을 위해 실제 대회 장소, 상황과 동일한 최첨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훈련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관계자들이 양궁 대표팀을 위한 VR 시뮬레이션 반복 훈련 시스템을 시연해보고 있다(왼쪽 사진). 고농도 산소를 공급해 부상, 컨디션 회복을 빠르게 돕는 고압 산소 체임버도 도입됐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제공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참가하고 싶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다. ‘꿈의 무대’를 향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선수들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올림픽은 선수들을 지원하는 각 국가의 스포츠 과학과 최첨단 장비, 분석 콘텐츠, 심리 관리의 싸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열리는 장소와 환경, 시간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 코로나19 시대에 달라진 실전감각 연마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스포츠 과학과 장비, 입체적인 플레이 분석 등이 경기력에 미치는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예정됐던 각종 국제대회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탁구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대회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대한탁구협회는 대표팀의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대표선수와 실업선수들을 모아 실전 대회를 두 차례 열었다.

각 종목 대표팀들도 부족한 실전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 각 경기장과 실내연습장이 코로나19로 폐쇄되면서 대표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하지 못했다. 이런 특수한 상황으로 도쿄 올림픽에서는 선수나 팀이 빨리 상대 약점을 찾고 보완하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메달 색깔이나 성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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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에 설립된 스포츠과학연구소를 이어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원장 남윤신)은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이전 올림픽보다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장비와 관리 시스템으로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돕고 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 선수가 실제 경기나 다름없는 환경에서 훈련하면서 자신만의 확실한 루틴을 만들어내고 징크스를 없애도록 했다. 또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기능 회복 시스템도 마련했다. ‘스포츠과학 밀착지원팀’을 꾸려 종목별 연구 책임자들이 갖가지 경기 시뮬레이션, 컨디셔닝, 기술 분석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232명의 선수와 120여 명의 지원 인력 뒤에서 한국 스포츠 과학이 보이지 않게 든든한 배후 지원을 하고 있다.

○ 부상 회복 돕는 고압 산소 캡슐, 염증 수치 낮추는 장비까지

선수들에게는 피로와 부상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하다. 올림픽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경기를 치르는 환경에서는 회복 속도가 경기력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대기압보다 높은 기압 환경을 만들어놓고 고농도 산소를 일정 시간 공급해 신체를 회복시키는 고압 산소 체임버가 많이 활용된다.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3개를 획득한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경기 중 또는 전후뿐만 아니라 아예 일상 훈련 과정에서 산소 체임버를 자주 이용해 피로를 풀었다.

진천국가대표 선수촌에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에는 없던 고압 산소 체임버 1대와 캡슐 5대가 도입됐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이온 연구위원은 “대기 중에 산소 농도는 20% 미만인데 그 이상 세포가 원하는 수준까지 산소 농도를 공급해 회복을 빠르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이오세러피 장비 한 대도 진천선수촌에 들어왔다. 크라이오세러피는 질소 증기가 들어 있는 원통형 체임버에 2, 3분 들어가면 영하 100∼200도 이하의 냉각 공기가 분사돼 극저온 상태에서 체온을 의도적으로 낮춘다. 이러한 냉각 환경을 겪은 신체는 자가 회복 과정을 통해서 부상 회복, 컨디션 향상, 체중감량 효과를 이끌어 낸다.

이 연구위원은 “몸의 염증 수치가 높아진 선수들의 회복을 돕는 장비다. 미국프로농구(NBA)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수억 원대 고가 장비”라며 “선수들이 부상, 컨디션 회복 시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세계적인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프로복싱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1, 2차원 영상 활용에서 AI, VR 등 입체 비주얼 분석 개발

경기력 분석도 단순히 1, 2차원적인 환경과 영상을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태완 스포츠과학밀착지원팀장은 “인공지능(AI), VR 등의 설비를 활용하면서 입체적인 ‘비주얼’ 분석 지원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양궁은 실제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양궁장 환경처럼 진천선수촌에 VR 시뮬레이션이 돼 있다. 선수들은 실전과 같은 분위기에서 연습을 하는데 지도자들이 선수들이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선수들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를 통해 1인칭 체험만 가능한 한계가 있었다. 지도자들은 선수들이 연습 중 어디에 시선을 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며 “지금은 선수 시야의 움직임이 그대로 벽에 투사 되고 심장 소리까지 측정된다. 지도자들이 조금 더 선수 입장에서 연습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에 수영, 펜싱, 승마에 사격과 육상이 결합된 레이저런까지 모두 소화하는 근대 5종에도 최첨단 장비가 도입돼 선수들의 훈련을 돕고 있다. 펜싱 종목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자주 시도하는 10가지 패턴을 3차원(3D) 모델로 만들어 선수들에게 훈련시킨다. 3D 안경을 끼고 입체적으로 패턴들에 대응하는 연습을 할 수 있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겸할 수 있다.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 진출한 럭비 대표팀 선수들은 그동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조끼를 착용하고 훈련해왔다. 이를 통해 선수 개인의 활동 반경, 주로 뛰는 위치, 속도 정보 등을 세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다. 연습 시에는 드론을 띄워 하늘에서 바라보는 영상을 촬영했다. 이 박사는 “GPS를 활용해 경기에서 선수 특성에 맞는 대형을 짜는 데 상당한 효과를 봤다. 개인별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시간대도 측정할 수가 있어 최적의 선수 교체 타이밍을 잡는 부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완 팀장은 지난해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역도 바벨 궤적을 자동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선수의 몸 중심에서 바벨이 어떻게 올라가는지를 연속으로 미세하게 추적했다. 이를 통해 선수 개개인별로 최적의 궤적을 산출해 선수와 코치에게 제공했다.

특수 물질을 감지해 움직임을 분석하는 적외선 카메라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에는 선수의 관절 부위에 특수 스티커를 붙이고 운동을 하면 적외선 카메라가 부위별 움직임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부위별 움직임을 계량화할 수 있고 힘을 쓰는 적절한 타이밍도 포착해낼 수 있어 순간 움직임이 중요한 종목에 도움을 줬다.

김 팀장은 “현재는 카메라가 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아도 그림자 실루엣만으로 세밀한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선수들이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퍼포먼스를 할 수 있어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거창하고 무거운 장비를 세팅하지 않아도 된다. 가벼워졌지만 선수, 지도자와의 ‘피드백’이 더 빨라졌다”며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K스포츠’ 위상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선수들 뒤에서 최첨단 과학으로 지원해 온 ‘K스포츠과학’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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