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수사’ 처벌은 쏙 빠진 軍 성추행 사망사건

동아일보 입력 2021-07-10 00:00수정 2021-07-10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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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검찰단이 어제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관련자 22명을 입건하고 이 중 1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이관받아 대대적 합동수사에 착수한 지 38일 만이다. 하지만 초동수사 부실의 윗선으로 지목된 공군 법무실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해선 여전히 ‘내사’ 단계에서 진전이 없는 등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법무실장은 어제야 참고인 신분으로 군검찰에 처음 출석했다.

합동수사 결과 성추행 피해 직후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사와 보호, 보고 등 전 과정에 걸쳐 군의 대응은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이 드러났다. 합동수사단은 “회유와 협박, 면담 강요, 피해사실 유포 등 2차 가해가 지속돼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가해자는 “너 신고할 거지? 신고해 봐”라고 위압했고, 상관들마저 “너도 다칠 수 있다”고 협박했다. 새로 옮겨진 부대에는 ‘성추행 피해자’라는 사실이 공공연히 퍼져 있었다. 군 조직이 피해자 보호는커녕 2차, 3차 가해까지 방치해 피해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몬 것이다.

이번 수사로 직접적인 가해자에 대해선 기소·징계 조치가 이뤄졌지만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군사경찰과 군검찰 관계자는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고 보직해임이나 직무배제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제 식구’에 대해선 봐주기 수사로 솜방망이 조치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피해자 유족도 강한 유감을 나타내며 보강 수사를 요구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장관 직속의 성폭력 대응 전담조직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대응 체계를 개선한들 군 조직 전반의 비상한 경각심이 없다면 제대로 작동할 리 없고 유사한 사건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성 문제에 대한 군의 의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수사가 돼야 한다. 어제 발표는 중간 수사결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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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수사#군대#성추행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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