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에 ‘美제재 대상’ 라이시… 양국 대립 더 격해질듯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1-06-21 03:00수정 2021-06-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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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경 보수 성직자… 61.9% 득표
정치범 학살 혐의로 ‘블랙리스트’
핵합의 파기 거론 “美, 못믿어”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초강경파’ 보수 성직자 에브라힘 라이시(61·사진)가 당선됐다. 미국이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린 인사가 이란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건 처음이다. 이란과 미국의 대립이 더 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견제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대한 관여도를 낮추고 싶어 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는 새로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이시의 당선이 확정되자 미국 국무부는 곧바로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 선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시는 이번 대선에서 61.9%의 지지를 얻어 8.4%에 그친 온건파 후보 압돌나세르 헴마티 전 중앙은행장을 압도적인 차이로 누르고 19일 당선됐다. 8월부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미국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9일 라이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은 이미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1960년 북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라이시는 10대 시절 시아파 성지 ‘쿰’의 신학교에서 하메네이 등 유명 학자들을 사사했다. 성인이 된 후엔 수도 테헤란에서 검사로 일했다. 1988년 당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의 뜻을 받들어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친이라크 성향을 보인 정치범 약 5000명에 대한 사형 집행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를 포함한 라이시의 인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미국은 2019년 11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입국 금지와 미국 내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했다.

이번 대선에서 온건파 몰락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집권한 온건파 거두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015년 오바마 미 행정부와 핵합의를 한 공로로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핵합의를 파기하고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등 추가 제재를 단행하자 온건파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다. 지난해 1월 미국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로 암살하는 일까지 생기자 로하니 정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란 핵 개발 추진을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도 라이시의 당선에 날을 세웠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라이시를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부르며 “이란이 핵 개발에 전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미국과 갈등을 빚는 지도자들은 라이시의 당선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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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이란 대통령#미국 제재#초강경파#에브라힘 라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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