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짜리 영화’… 광고도 예술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14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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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는 예술인가, 과학인가.


광고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과학적인 도구’인가, 아니면 ‘메시지를 공들여 표현하는 창작 솜씨’가 더 중요한 장르인가. 어떤 학자는 광고를 ‘자본주의 사회의 공식 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병희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광고가 예술을 만났을 때 아트버타이징’에서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트버타이징’은 예술(art)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 광고에 예술 기법과 요소를 결합시켜 예술의 광고화와 광고의 예술화를 시도하는 표현 장르이자 예술 주입의 한 형태를 이른다.

저자는 예술과 광고의 관련 양상을 시간 예술(음악·시·소설·동화), 공간 예술(회화·조소·사진·건축·공예), 시공간 예술(연극·영화·드라마·무용·만화)로 구분해 광고가 각종 예술 장르와 어떻게 만나는지 분석했다. 그는 “보통의 광고를 보았을 때와 예술과 만난 광고를 보았을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며 “광고와 예술이 만났을 때, 광고의 황홀경에 빠졌다고 하면 안될까?”하고 묻는다.

김 교수는 광고를 ‘15초짜리 영화’라고 표현한다. 특히 15초짜리 광고를 늘려서 만든 ‘광고영화’는 광고 표현의 영토를 새롭게 확장시킨다. 영화나 드라마 장면에 어떤 제품을 잠깐 노출하는 것이 PPL이라면, 광고영화에서는 제품이나 브랜드가 영화 주인공처럼 핵심 소재가 된다. 광고를 보다 보면 영화의 장면과 줄거리가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광고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도 있다. 광고와 영화가 서로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소비자들은 영화의 주요 장면을 인상 깊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영상문화 콘텐츠인 영화와 광고가 맞보증을 서는 셈이다. 광고가 영화를 차용하면 창의성은 약간 떨어지더라도 영화의 기억 효과를 십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광고도 미술로 활용되며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광고를 연구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미술사는 ‘죽은 미술의 역사’라는 주장도 나온다. 회화(그림)는 광고가 예술작품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광고와 그림 혹은 그림과 광고가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더 늘어나고 있다. 서 교수는 “모든 미디어가 격의 없이 만나는 혼종 미디어 시대에 광고와 그림이 혈연관계로 만나는 친연성은 갈수록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학지사. 336쪽. 1만7000원.

■ 지리산을 품은 언론인 출신 수필가 구영회가 여섯 번째 에세이 ‘가장 큰 기적 별일 없는 하루’(나남출판)를 펴냈다. 이 책은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 속에서 지친 영혼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평범한 하루 속에서 기적과 같은 평화와 행복을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찬란한 태양이 떠오르는 지리산 형제봉,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섬진강, 푸른 신록과 부드러운 바람이 가득한 서어나무 숲….작가는 아름다운 대자연이 펼쳐진 지리산으로 독자들을 초대하여 마음의 평화를 찾고, 일상의 행복을 누리며, 깨달음을 얻는 길을 안내한다. 작가의 기분 좋은 여행길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특별한 날을 기다리며 무심하게 흘려보낸 보통의 날들이 사실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떤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10여 년의 산중생활에서 길어 올린 깊은 성찰과 아름다운 지리산 사진이 어우러진 이 책은 지금 여기 평범한 일상 속에서 특별한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지혜를 일깨워준다.

구영회 작가는 MBC 보도국장과 삼척MBC 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언론인 출신 작가로, 33년간의 언론인 생활을 마치고 지리산 자락에서 10여 년째 머물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나남출판. 240쪽. 1만4800원.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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