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宮中) 꽃을 전문으로 삼는 세계 유일의 박물관인 경남 양산시 매곡동 한국궁중꽃박물관(관장 최성우)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전시회를 마련했다. 재단법인 수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이 박물관은 지난달 초부터 올 연말까지 ‘꽃, 민화를 만나다’를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대역사 끝에 완공한 한국궁중꽃박물관 개관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조상의 삶과 애환이 담긴 민화 속의 꽃을 비롯해 문방사우와 책가도(冊架圖), 골동품 등 기물(器物)을 주제로 우리 전통을 잘 살려낸 설치미술 30여 점이 전시됐다. 최 관장은 “조선 민화 속 장면들을 입체적 예술로 재현한 독특한 전시회다. 한국 궁중채화와 민화의 아름다운 예술 세계를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궁중꽃박물관 건립과 이번 전시회 등엔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장 황수로 장인(85)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궁중채화는 궁중의 꽃 장식과 연회에 사용되던 비단, 모시 등으로 만든 꽃을 말한다. 1960년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황 장인은 조선 왕조의 궁중채화 복원에 평생을 바쳤다. 고종 때 궁내부 관리를 지낸 외조부의 영향도 받았다. 전통 궁중건축 양식으로 10년 작업 끝에 완성한 한국궁중꽃박물관 역시 그의 고집이 만든 명작이다.
박물관엔 궁중채화 작품과 채화 제작 도구, 고문헌 등이 잘 보존돼 있다. 황 장인은 지금도 작품을 만들고 후학을 양성하며 소일한다. 안수연 박물관 학예사는 “수∼금요일, 주말과 공휴일에 사전 예약을 통해 특별전을 유료 관람할 수 있다. 주말엔 50여 명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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