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檢인사 엉망진창”…‘피고인’ 이성윤 승진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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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장으로 영전’ 강력 비판
특정 검찰인사에 공식 반대 이례적


변협 “피고인 이성윤 승진, 공직기강 해이-檢 정치중립 훼손”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킨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 성명을 냈다. 헌정 사상 첫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을 직무배제하지 않고, 거꾸로 서울고검장으로 영전시킨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검찰 내부는 물론이고 법조계 전체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협은 5일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거리가 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냈다.

대한변협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에겐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을 거론하며 “피고인이 된 검사 스스로 사퇴해 왔고, 고위직 검사의 경우 더욱 그러해야 마땅하다는 것이 국민 전반의 정서”라며 이 지검장을 겨냥했다. 대한변협은 서울고검장이 서울 등 지역의 검사 비위 사건을 총괄하고, 무혐의 처분이 난 사건의 항고 사건을 관장하여 실질적으로 주요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직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다.

변호사들이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국내에서 유일한 법정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협이 특정 검찰 인사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사 출신인 이종엽 대한변협 회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으로 참석한 올 4월 “자기 조직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다”며 이 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재임 당시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방해한 혐의(직권남용)로 지난달 12일 기소됐다. 검찰 안팎의 용퇴 여론에도 사표를 내지 않고 있다.

변협 “사퇴 마땅한 이성윤 승진, 깊은 유감”… 檢인사 이례적 비판

[검찰 인사 파장]
“검사 기소되면 자진사퇴가 관례 검찰 핵심가치 몰각 심히 우려”
인사 하루 안돼 토요일 긴급 성명… 김학의 불법출금 연루자 영전
檢내부 “공수처 수사 대상… 비정상”, 주내 조직개편뒤 후속인사 예상
법조계 “중간간부도 방탄인사 우려”


“이번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고, 나아가 법과 법치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심히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

4일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용차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11일부터 서울중앙지검 뒤편의 서울고검 청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뉴시스
4일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관용차를 타고 퇴근하고 있다. 이 지검장은 11일부터 서울중앙지검 뒤편의 서울고검 청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뉴시스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5일 오후 1시경 ‘깊은 유감과 심히 우려스럽다’는 표현이 들어간 성명서를 공개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가 4일 오후 4시 30분경 발표된 지 만 하루도 안 된 시점이었다. 대한변협은 국내 3만여 명의 변호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로 검찰 인사를 비판한 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 변협 “검찰 인사 엉망진창”…휴일 비판 성명
대한변협은 1500자 분량의 성명서 대부분의 내용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서울고검장 승진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대한변협은 이 지검장이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통상의 경우 수사직무에서 배제해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거나 검사 스스로 사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직무에서 배제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리에 임명됐다”며 “공직기강 해이를 넘어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핵심 가치마저 몰각시키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인사가 엉망진창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협회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집행부 내부에서 반대의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지검장과 함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주요 검찰 간부들의 승진 및 영전 인사를 두고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영전했는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수처가 2019년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금 사건을 수사하려던 안양지청 수사팀에 수사 방해를 행사한 의혹과 관련해 문 당시 반부패부 선임연구관, 김모 전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현 북부지검 차장검사), 최모 전 반부패부 검찰연구관(현 광주지검 검사) 등 현직 검사 3명의 사건을 이첩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전국 검찰청의 주요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각각 대구지검장과 창원지검장으로 옮기게 된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과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 인사를 놓고도 뒷말이 나온다. 사법연수원25기 동기인 이들은 고검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서울북부지검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건을 수사했다. 서울서부지검은 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고, 당시 보도자료에 수사 책임자인 부장검사 이름 대신 노 검사장의 이름을 적시해 검찰 내부에서 “후배 검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노 검사장은 초임 검사장이 부임하는 곳으로 발령 났다.

○ 이번 주 직제개편 뒤 후속 인사 강행할 듯
법무부는 이르면 8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뒤 대대적인 중간간부 인사를 할 예정이다. 검찰인사규정에 따라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기간이 보장되지만 직제개편 등이 이뤄질 경우 예외적으로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요 ‘정권 사정(司正)’ 수사를 진행 중인 일선 검찰청의 부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을 수사 중인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검사,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을 담당하는 변필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검사, 이상직 의원의 배임·횡령 의혹을 수사하는 임일수 전주지검 형사3부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8월 현 보직에 보임돼 원칙대로라면 인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일반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조직개편안이 통과되고, 현 정권에 밉보이는 수사를 담당하는 주요 부장검사들을 좌천시키고 나면 사실상 정권 말까지 소신 있는 수사가 올 스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박상준 기자 / 황성호 hsh0330@donga.com
#이성윤#대한변호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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