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1년반 됐는데 물 뿜지 않는 공주 제민천 음악분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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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완공後 가동 안돼 시민 비난
물탱크 용량 작고 운영비용 과다
하천內에 설치해 고장도 잦아
내달 첫 가동해도 ‘반쪽 활용’ 전망

충남 공주시 대통길 주변 제민천의 음악분수. 하천 가운데의 수직분수와 하천 둑의 곡사분수, 안개분수 등 3가지 종류의 분수가 2019년 12월 완공됐다. 하지만 그 이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한 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공주시 대통길 주변 제민천의 음악분수. 하천 가운데의 수직분수와 하천 둑의 곡사분수, 안개분수 등 3가지 종류의 분수가 2019년 12월 완공됐다. 하지만 그 이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한 번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공주시가 10억 원을 들여 제민천에 설치한 음악분수가 완공 1년 6개월이 되도록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작은 물탱크 용량과 과다한 운영비용, 일부 분수의 잦은 고장 등 여러 문제가 얽혀 있다. 시는 다음 달 첫 가동을 준비하고 있으나 일부 분수만 가동하는 ‘반쪽 활용’에 그칠 전망이다.

시는 2019년 12월 대통길 주변 제민천에 도비 5억 원과 시비 5억 원 등 모두 10억 원을 들여 음악분수를 조성했다. 제민천 양쪽 둑에 곡사분수와 안개분수, 제민천 하천 내에 수직분수(중앙분수)를 각각 42m씩 설치했다. 분수는 시민과 관광객을 위해 6∼10월 5개월 동안 하루 두 차례 가동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시가 지금까지 별다른 배경 설명도 없이 음악분수를 자체 시험가동만 하는 데 그치자, 지난달 24일 공주문화원에서 열린 도시재생 토론회에서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패널로 나온 최창석 공주문화원장은 “엄청난 돈을 들여 제민천에 분수대를 세웠는데 지금까지 못 쓰고 있다. 하지만 (시로부터)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분수대 주변에 산다는 임모 씨는 “사람들이 집 앞에 분수대가 생겨 좋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며 혀를 찼다.

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야간행사 등 각종 관광행사가 취소돼 가동 수요가 많지 않았던 데다 시험가동에서 문제점이 나타나 가동을 미뤘다는 입장이다.

시험가동에서 나타난 문제 가운데 하나는 물탱크 용량(80t)이 너무 작다는 점이다. 3가지 분수를 모두 가동할 경우 9분 30초 만에 물이 소진돼 다시 채워 가동하려면 2시간 30분∼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분수 가동 시간(오후 1시 30분∼8시)을 감안하면 하루 2차례 19분 정도 가동이 가능한 셈이다.

더구나 분수용수로 상수도 물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하루 두 번만 물탱크를 비워도 한 달에 300만∼400만 원이 소요된다. 시 관계자는 “제민천 물이 하수 재이용수여서 분수에 사용할 경우 시민이나 관광객의 불쾌감이나 질병 호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19분 분수를 트는 데 막대한 예산을 써야 하느냐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물탱크 용량을 늘려도 과다한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했다.

시가 다음 달 분수를 가동하되 물 사용량이 적은 수직분수만 사용하기로 한 것은 이런 점을 감안했다. 시 관계자는 “1회 물탱크 용량으로 수직분수는 1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다. 곡사분수는 물 사용량이 많은 데다 처음 물을 뿜을 때 행인을 젖게 할 수 있는 문제점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곡사분수와 안개분수는 무용지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하천 내에 시설물을 설치해 관리가 어려운 것도 문제다. 수직분수는 비로 제민천 물이 불어나면 잠겨 노즐 등이 이물질에 막힌다. 지난해 10월 이런 고장으로 정비를 했는데 최근에 또다시 막혀 수리를 요청한 상태다. 하천 내에 세운 아이들 석조 인물상 4점은 신체 부위가 잘려 나가 지난해 여름 철거됐다.

시 관계자는 “행인이 훼손한 것 같다”며 시민의식을 탓했지만, 일부 시민들은 “제민천 물이 불어 부유물이 떠내려 오면서 파손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들은 면밀한 검토 없이 당초 사업계획을 변경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충남도의 감사 결과다. 지난해 제민천 음악분수를 감사해 시정조치와 담당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린 도 관계자는 “당초 16m 길이의 곡사분수만 하천수를 이용해 운영할 계획이었는데 충분한 검토 없이 설계를 바꿨다”며 “분수 규모를 늘리고 상수도로 용수를 바꾸면서 유지 관리가 어려워지는 여러 문제점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공주#제민천#음악분수#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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