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용구 폭행’ 영상 처음 확인한 경관, 30초간 고민하다 “못 본걸로 하겠다”

유원모 기자 , 장관석 기자 , 이소연 기자 입력 2021-06-04 03:00수정 2021-06-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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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택시기사 조사과정
서초경찰서 CCTV에 저장돼
경관 ‘車 정지해있다’며 내사종결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월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한 후 30여 초간 고민에 빠진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겨 있던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최근 서초서 내부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초서를 찾은 택시기사 S 씨가 담당 수사관 J 경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찍혀 있다. S 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11월 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37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J 경사는 S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뒷좌석에서 목덜미를 움켜잡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을 본 직후 J 경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30여 초간 두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는 등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S 씨의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S 씨와 대화하는 장면 등도 CCTV에 담겼다. CCTV에는 음성까지는 저장돼 있지 않았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의 하차를 위해 차량을 잠시 정차한 상태였다. 2015년 6월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운행 중’의 의미를 ‘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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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J 경사는 영상을 처음 본 날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 종결하겠다는 보고서를 올렸고, 상급자의 결재를 거쳐 종결됐다.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S 씨는 이 전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은 다음 날인 11월 9일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이용구가 운행중 기사 폭행’ 영상 본 경찰, 머리 움켜쥐고 당황
경찰, ‘운행중 폭행’ 가중처벌 대신… 정차 중 단순폭행 혐의 적용해 결재
폭행 영상 직접 보고도 내사 종결… “혼자 결정했겠나” 윗선 개입 의혹


“폭행 영상을 지켜본 경찰관의 ‘머뭇거림’이 뭘 의미하겠느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6일 오후 11시 30분경 술에 취한 채 자신이 타고 있던 택시 안에서 택시기사 S씨의 목덜미를 움켜쥐며 폭행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SBS 화면 캡처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사건 발생 5일 만에 내사 종결한 서울 서초경찰서의 내부 폐쇄회로(CC) TV에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영상을 처음 확인한 경찰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저장돼 있다.

담당 수사관인 J 경사는 이 전 차관이 거친 욕설과 함께 택시기사 S 씨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장면이 택시기사 S 씨의 휴대전화에서 재생되는 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하기에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결정적 순간인 셈이다.

○ “J 경사, 머리 쥐며 폭행 영상 휴대전화 바라봐”
사건 발생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S 씨는 이틀 전인 9일 경찰 조사 때 제출했던 택시 내부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돌려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이때만 해도 S 씨는 9일 조사 때처럼 “영상을 복구하지 못했다”며 영상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1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S 씨 딸 계좌에 입금한 이 전 차관이 물밑에서 영상 삭제를 부탁하던 때다. S 씨는 “이 차관이 ‘내가 뒷문을 열고 깨우는 과정서 멱살을 잡힌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J 경사는 S 씨를 처음 조사한 날인 9일 오후 이미 ‘폭행 영상의 존재’를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다. “S 씨가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원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를 찍어 갔다”는 진술을 업체 측으로부터 파악한 뒤였다. 이에 J 경사가 “휴대전화로 폭행 영상을 찍지 않았느냐. 그걸 보여 달라”고 하자 S 씨는 “영상이 있다”고 답한다.

S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폭행 영상을 J 경사에게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경찰 CCTV에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확인한 J 경사가 30초 가까이 머리를 오른손으로 괴거나 머리를 쥐는 등의 자세를 보인 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영상은 추후 검찰의 공소제기 후 법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다만 CCTV에 양측이 나눈 대화까지 저장돼 있지 않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반면 J 경사는 “오히려 S 씨가 ‘못 본 걸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폭행사건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아닌 형법상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S 씨의 처벌 불원을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J 경사가 폭행 영상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9일에도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단순폭행’으로 기재됐으며 11일에도 폭행 영상 관련 내용은 빠졌다. 블랙박스 업체에서 S 씨가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를 보고서도 ‘폭행 영상이 없다’는 내용을 담아 내사종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특수 직무유기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 “하급직 경찰이 혼자 결정? 의구심 증폭”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 축소 과정에 경찰 어느 선까지 개입 됐는지, 또 경찰 고위 라인이나 법조계 인맥 등을 통해 사건 축소 관련 청탁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J 경사 혼자 판단으로 내사 종결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 경사의 윗선인 K 경감과 L 경정 등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윗선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연루 사실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제3의 경로를 통한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단순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하나에 경찰 수사가 여권의 유력 인사 앞에서 여지없이 휘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소연 기자 /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용구#기사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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