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삼바에 기술 이전할것”… 정은경 “국내 공급 가속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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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백신 파트너십]
삼바, 8월경부터 모더나 위탁생산… 한국내 시설투자-인력채용도 협약
SK바사 “코로나-독감 동시에 대응”… 노바백스와 차세대 백신 개발 추진
美 정부 차원 ‘파트너십’은 처음… 韓, 글로벌 백신 허브 발판 마련

양해각서 주고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방셀 모더나 회장이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같은 행사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왼쪽)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양해각서 주고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열린 ‘한미 백신 파트너십’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왼쪽)와 스테판 방셀 모더나 회장이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있다. 같은 행사에서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회장(왼쪽)과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양해각서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한다. 우선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모더나의 ‘mRNA’ 기술을 이용한 결핵 백신 등의 연구 및 임상시험도 진행된다. 변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높고 독감까지 막는 이른바 ‘차세대 백신’ 개발도 추진된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다른 나라와 백신 파트너십을 체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 백신 협력은 대부분 중장기 사업이다. 그래서 한국이 코로나19 장기화와 새로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할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력사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위탁생산이 국내 백신 수급에 유리한 점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만약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을 일부나마 확보한다면 한국 바이오산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한국 생산능력에 미국 기술 결합
한미 양국은 2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 인터콘티넨털 호텔에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행사를 열고 양해각서(MOU) 4건을 체결했다. 이를 통한 구체적인 협력사업은 네 가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한국 정부-모더나 한국 내 시설 투자 및 인력 채용 △정부-SK바이오사이언스-노바백스 독감 결합 백신 등 개발과 생산 △국립보건연구원-모더나 mRNA 백신 협력 등이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무균 충전, 라벨링, 포장 등을 거쳐 최종 완제품을 생산한다. 양사는 8월경부터 미국 이외 지역에 공급하는 백신 수억 회분을 생산할 예정이다. 앞으로 추가 협의를 통해 한국 계약물량의 조기 공급 가능성도 기대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3일 KBS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으로 생산 기반을 갖추면 국내에 공급하기로 된 모더나 물량 공급이 좀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같은 날 SBS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mRNA) 기술을 이전할 것”이라며 “잠재적으로는 모더나 백신 생산 공장을 한국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mRNA 백신 생산시설 설립을 위한 모더나의 국내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이미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는 앞으로 코로나19와 독감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결합백신’ 개발에 협력한다. 한미 양국은 조만간 과학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이번 협약을 실무 지원하기로 했다.

○ ‘글로벌 백신 허브’ 기반 마련
이번 파트너십 구축에는 백신 생산 확대를 넘어 코로나19 대응과 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넓어진다는 의미가 있다. 이는 양국 정상의 기자회견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 종료 후 “(이번 파트너십 체결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공급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인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즉각 “내가 문 대통령의 발언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이나 한국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인도태평양, 세계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 백신을 공급하는 생산기지로 한국을 활용하려는 것임을 나타낸 것이다. 여기엔 백신 지원을 통해 인도태평양 등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의 ‘백신 외교’를 견제하는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은 “그간 한국이 항체 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현재 각광받는 mRNA 분야는 약했다”며 “한국이 불과 20여 년 만에 백신 불모지에서 허브로 부상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신화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mRNA 백신은 미국 입장에서도 많은 예산을 들여 최근 개발한 첨단 기술인데, 이를 한국과 공유하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 ‘단순 생산기지’ 넘어서는 게 관건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올라서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의 계약은 원액을 생산하는 기술이전이 포함된 것이 아니라 최종 포장단계라 할 수 있는 ‘병입’ 단계에 해당된다. mRNA 백신을 생산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핵심기술 접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 ‘하청 생산’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셀 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기술 이전’ 계획을 언급했지만 언제, 어떤 기술을 이전할지 공개하지 않았다. mRNA 백신 생산 기술은 여러 회사 특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국내에서 mRNA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기반을 처음 갖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병입이) 간단해 보일 수 있지만 충분히 중요한 협력”이라며 “현재 mRNA 생산 공정은 세계 여러 회사가 나눠서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sunggyu@donga.com·박효목 기자 / 워싱턴=공동취재단 / 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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