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마약성 진통제 투약까지…겁없는 10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0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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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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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마약사범이 갈수록 늘고 있는 가운데, 병원과 약국을 돌며 거짓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투약한 10대 4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상당수가 고교생인 이들은 교내에서 투약하기도 했으며, 주변 또래들에게 웃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경남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성 진통제인 ‘OOO 패치’를 처방받아 투약한 고교생 A 군(17) 등 41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거했으며, 마약 매매 등의 혐의도 받고 있는 B 군(19)은 구속 수감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17~19세로, 지난해 마약을 투약했을 당시에는 23명이 고교생 신분이었다. A 군 등은 지난해 6월부터 부산과 경남에 있는 병원, 약국 등에서 자신 또는 타인의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마약을 주로 상가나 공원 화장실 등에서 투약했으며, 일부 고교생들은 학교 내에서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된 B 군은 마약을 주변 미성년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마약성 진통제는 1개당 약 1만5000원인데, B 군은 개당 15만 원 정도에 되팔았다고 한다. B 군은 이전에도 비슷한 혐의로 적발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마약성 진통제는 병원 등에서 오남용 처방 문제가 자주 제기돼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달 “의료기관 121곳을 점검해 해당 패치의 오남용 의심이 드는 병원 등 위반 사례 40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불법 처방받는 방법이 온라인에 공공연히 떠돌아 10대들도 손쉽게 접근하려 드는 마약류”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도 “이 패치를 이용해 투약하는 방법도 많이 알려져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마저 쉽게 구하는 마약성 진통제지만 잘못 사용하면 매우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중독치료전문의인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은 “강력한 마약인 헤로인을 100배 농축한 효과를 지녔다고 할 정도로 ‘진정제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마약”이라며 “금단현상도 심하고 용량 이상 투약하면 호흡마비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에 검거된 10대들 가운데 일부는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또 다시 이 마약성 진통제에 손댈 정도로 심각한 중독 증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마약성분인 건 알았지만 병원 등에서 처방받아 위험한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사·약사회 등에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때는 절대 주의를 기울여주길 당부했다”며 “식약처에도 마약성 의약품 처방 시 본인 여부 및 과거 병력의 확인 의무화 등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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