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0m ‘공주 신원사 괘불’ 서울 첫 나들이

김태언 기자 입력 2021-05-19 03:00수정 2021-05-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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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 때 야외에 걸어놓는 대형 불화
너비 6.5m 무게 100kg ‘국보 299호’
국립중앙박물관서 9월까지 전시
2005년 이어 두번째 외부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중인 공주 신원사 괘불(국보 제299호). 17세기에 조성된 이 괘불이 외부에 전시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목을 완전히 젖혀야 전체를 볼 수 있는 높이와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밝은 색조. 숭유억불에 갇혀 왠지 소박할 것만 같은 조선시대 불화에 대한 편견은 첫눈에 사라졌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공주 신원사 괘불’(국보 제299호)은 높이 10m, 너비 6.5m, 무게 100kg에 이른다. 괘불(掛佛)은 규모가 있는 사찰에서 특별한 법회나 의식을 치를 때 야외에 걸어놓는 대형 불화를 말한다.

신원사 괘불은 1664년 6월 조성 이후 이번 전시까지 단 두 차례만 외부에 전시됐다. 첫 전시는 2005년 경남 양산 통도사의 성보박물관에서 이뤄졌다. 이번에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달 2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조선시대 괘불은 그림에 능한 승려(화승)들이 그렸다. 신원사 괘불은 17세기 충청도에서 주로 활동한 화승 응열(應悅)이 만든 첫 번째 괘불이다. 그를 포함해 총 5명의 화승이 그렸다. 응열은 9년 후 충남 예산 수덕사 괘불도 그렸다. 괘불은 한번 제작하면 오랫동안 사용해 화승 1명이 2개 이상을 그린 예가 드물다.

신원사 괘불은 응열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난다. 기존 괘불들이 구름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한 것과 달리 화폭에서 등장인물 수를 줄이고 부처 주변의 빛을 강조했다.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위대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섬세하게 장식한 옷과 반짝이는 구슬이 부처의 몸을 감싸고 있다. 색을 칠한 뒤 꽃이나 기하학 무늬를 더했는데 부처를 공경한 화승들의 정성이 느껴진다.

괘불에 그려진 부처는 ‘노사나불(盧舍那佛)’. 초록색 광배 위에 쓰인 한자를 통해 알 수 있다. 노사나불은 불교에서 오랜 수행을 거쳐 부처가 된 보신불이다. 그런데 불화 하단의 화기(畵記)에는 ‘석가모니불을 그렸다’고 적혀 있다. 이는 석가모니불과 노사나불이 서로 다른 몸으로 태어나 중생들에게 가르침을 전했지만, 결국 같은 여래라는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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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둘러싼 주변 인물도 찬찬히 살펴볼 만하다. 아래는 붉은 얼굴을 한 사천왕(불법을 수호하는 4명의 수호신)이 사방을 지키고 있다. 사천왕 주변에는 깨달음의 과정을 겪는 보살인 월광보살, 일광보살, 지장보살, 관음보살이 절구를 찧는 토끼가 그려진 달, 붉은 태양, 지옥에 있는 중생을 구해주는 구슬, 현실에 있는 중생을 위해 감로수를 담은 정병을 각각 들고 있다. 위쪽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 5명씩 무리를 지어 찾아온 십대제자들이 있다. 그 위로는 공경의 마음을 담아 복숭아를 공양하는 천인(天人) 2명이 있다.

부처와 눈을 맞추며 그림을 살피다 보면 종교적 장엄함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불교사상을 잘 모르는 이라도 숨은그림찾기처럼 즐길 만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26일까지. 무료.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공주#신원사#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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