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이상 인출 시 경찰에 연락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보이스피싱 범죄 최근 다시 기승
대전경찰청, 금융기관에 협조 요청
은행창구 직원 신고로 피해 예방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이 최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과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제공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왼쪽)이 최근 성수용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과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대전경찰청 제공
“거액을 인출할 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믿으시면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대전에 사는 A 씨(47·제조업 대표)는 국제전화번호로 ‘OO의료기기 49만9600원 승인, 본인 아닐 시 소비자원 신고 02-744-0254’라는 문자를 받았다. 의료기기를 구입한 적이 없는 A 씨는 당황한 나머지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자신이 ‘사이버 수사대 경찰’이라며 “휴대전화가 도용된 것 같다. 유사 피해가 많다. 앱(URL·인터넷 주소)을 보낼 테니 휴대전화에 설치하라”고 했다.

A 씨는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있나 보다’란 생각으로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상대방이 보내 준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그리고 평생 모아왔던 3억 원을 고스란히 날려버렸다.

이 앱은 ‘팀 뷰어 퀵 서포트 앱’으로 보이스피싱 범죄에 흔히 사용되는 원격조종 앱이다. 이걸 깔자마자 A 씨의 휴대전화는 범인들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4일 오전 10시 대전 서부농협을 방문한 50대 여성 B 씨는 현금 1200만 원을 인출하려 했다. 농협 직원은 이상한 예감으로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B 씨에게 정중하게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많아 1000만 원 이상 인출 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한다”며 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A 씨와 비슷한 문자를 받은 뒤 악성 앱을 설치하고 범인 요청대로 현금을 인출해 자금을 전달하려던 참이었다.

한동안 뜸했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늘고 있다.

16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말까지 대전에서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 건수는 369건. 피해액만도 78억 원으로 지난해 355건(피해액 65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경찰 측은 “과거엔 대포통장을 통한 계좌이체 수법이었다면 요즘은 직접 거래 형태로 변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접촉 거래가 다소 줄었지만 다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범행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자금 결제 오류’는 물론 ‘○○은행, 1.9% 저금리 대출가능’ 등의 문자메시지와 악성 앱 설치 요구, 사이버 경찰대, 금융감독원 과장, 대검찰청 검사를 사칭하며 범죄연루를 운운하고 있다. 특히 상대 범죄조직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휴대전화 악성 앱의 경우 버튼만 누르면 쉽게 설치돼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경찰은 조금만 주의하면 유사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송정애 대전경찰청장은 1월 취임 후 관내 금융기관 관계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 “1000만 원 이상 현금 인출 시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하고 일단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하고 다닌다. 이달 초에는 금융감독원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이후 은행 창구에서 적극적인 신고가 잇따라 피해 예방으로 이어졌다. 이달 초 서부농협 등의 적극적인 신고로 피해를 예방한 건수만도 30여 건, 8억 원에 이른다.

송 청장은 “최근 3년간 대전에서만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가 2800여 건, 540억 원에 이른다”며 “내가 바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심이 생길 경우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대전경찰청은 최근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해 퇴직경찰관인 이종기 전 충남경찰청 차장 등 3명을 홍보강사로 위촉했다. 예방강의를 원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대전경찰청 수사과로 요청해 무료 강의를 받을 수 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대전경찰청#보이스피싱#예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