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심장에 있다”던 미얀마 저항시인, 장기 제거된 시신으로

조종엽 기자 입력 2021-05-11 03:00수정 2021-05-1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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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군경에 연행… 신문받다 숨져
‘장기 없는 시신’ 고발 끊이지 않아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 발발 100일(11일)을 앞두고 40대 저항시인이 군경에 끌려가 신문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혁명은 심장에 있다”고 노래했던 이 시인의 시신에는 장기가 제거되고 없었다고 시인의 아내가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인 케 티(45·사진)는 8일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아내 초 수와 함께 무장 군경에 연행됐다. 두 사람은 따로 신문을 받았고, 아내는 다음 날 아침 ‘병원으로 와서 남편을 만나라’는 전화를 받았다. 초 수는 “팔이 부러진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다”면서 “남편의 시신은 내부 장기들이 제거돼 있었다”고 영국 BBC버마에 말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케 티가 “신문 장소에서 고문을 당하고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병원 측은 “(케 티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는데 아내는 남편의 사망진단서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군인들이 시신을 매장하려 했지만 애원해 돌려받을 수 있었다.

시인 케 티는 “그들은 머리에 총을 쏘지만 혁명은 심장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구절을 쓰는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저항 의지를 밝혀 왔다.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2주 뒤 쓴 글에서는 “나는 영웅도, 순교자도, 약자도, 바보도 되고 싶지 않다. 불의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삶이 단 1분만 남았다면 그 1분에도 떳떳해지고 싶다”고 했다. 미얀마에서는 케 티처럼 군경에 끌려갔다가 ‘장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도 가슴이나 배 부위에 꿰맨 자국이 길게 남은 시신 사진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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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시작된 미얀마 사태는 100일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군부의 시위대 유혈진압이 계속되자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는 최근 일부 시민들이 폭탄으로 군경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부 카친주와 남동부 카인주 등에서는 군부에 반대하는 이 지역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군부 간에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군경의 테러를 피해 살던 곳을 빠져나온 청년들과 탈영 군경들도 무장단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쿠데타 발발 이래 9일까지 군부의 유혈진압으로 시민 780명이 숨지고, 4899명이 체포됐다고 AAPP는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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