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자사주 2조6000억 규모 소각… “기업가치 제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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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주식의 10.8% 869만주 달해
SK㈜ 지분 26.8% → 30.0%로
SKT “ESG경영… 주주환원 정책, 남은 90만주는 스톡옵션 등 사용”
주식시장 “미래성장 의지” 주가강세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조6000억 원어치를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 주식의 10%가 넘는 규모이며 금액으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적 분할 추진을 공식화한 데 이어 대규모 자사주 소각까지 발표하며 회사 가치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적 분할 후 SK㈜와의 합병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의미도 있다.

SK텔레콤은 4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958만5568주 중 868만5568주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의 전체 발행주식 8075만 주의 10.8%에 이르며,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조6000억 원어치다. 소각 예정일은 6일이다. 소각 후 SK텔레콤의 발행 주식은 7206만 주로 줄어들게 된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된 주식 총량이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은 늘어나게 된다. SK텔레콤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은 26.8%에서 30.0%로 늘어난다. 기업 가치가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가가 올라가는 효과도 기대된다.

SK텔레콤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그룹의 자사주 소각 사례 중 소각 주식의 비율로는 최대라고 설명했다. 금액으로는 2017년과 2018년 약 20조 원에 이르는 자사주를 소각한 삼성전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SK텔레콤은 자사주 소각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선진화된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며, SK그룹에서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잔여 자사주 90만 주는 성과급의 일정 비율을 현금 대신 주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구성원 주주 참여 프로그램’과 직원들에게 부여됐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상 자사주를 전량 소각함으로써 일각에서 제기한 신설 회사와 SK㈜의 합병 가능성을 불식시키는 효과도 노렸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4일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존속회사)와 투자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신설 회사)로 인적 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인적 분할 후 신설 회사와 지주사인 SK㈜가 합병해 SK하이닉스를 직접 자회사로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처럼 SK하이닉스가 지주사의 손자회사인 구조에서는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보유한 자사주를 활용해 신설 회사의 신주를 배정받은 뒤 지주회사의 현물출자를 거쳐 합병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이 실행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가 소각되면 합병을 추진할 만한 실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SK㈜와 신설 회사의 합병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볼 만한 근거”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이 인적 분할에 이어 자사주 소각까지 발표함으로써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잡음을 내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을 인정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최근 조치들에 긍정적인 전망이 반영되며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장중 6% 가까이 오른 끝에 전날보다 1.15% 오른 30만7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텔레콤 주가는 올해 들어 29% 올랐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SK텔레콤의 주주 가치 강화 행보
자사주 소각
자사주 2조6000억 원어치(868만5568주) 소각
―기존 주주의 지분 증가, 주가 상승 효과
―SK㈜와 SK텔레콤 신설회사 합병 가능성 차단

인적 분할 추진 공식화
연내 인적 분할 마무리 목표
―SK텔레콤 신산업 성장동력 인정
―자회사 기업공개(IPO) 본격 추진



#skt#자사주#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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