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의 찬란함[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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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안 소설가
이서안 소설가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길, 조그만 감정에도 가슴 뛰는 청춘이길, 커다란 감정에도 함부로 흔들리지 않을 청춘이길.

―헤르만 헤세, ‘청춘은 아름다워라’ 중

주말마다 봄비가 내렸다. 이러다 벚꽃 구경 못 가지, 하고 누군가 말했다. 저녁을 일찍 먹고 강변을 한 바퀴 돌 때도 벚꽃은 피었고, 골목 어귀에 벚꽃 핀 것을 얼핏얼핏 본 것도 같았다. 바람과 함께 무수한 꽃잎이 처절하게 달려들었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꽃잎은 모두 지고 나는 끝내 벚꽃 구경을 가지 못했다. 떨어진 자리엔 벌써 초록 잎사귀들이 눈을 슴벅거렸다.

헤세의 시와 단편소설을 번갈아 읽을 때만 해도 문학으로만 이해했지 찬란함 속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니, 제대로 체험하지 못했다. 이른 결혼으로 육아에 바빴고, 젊음의 뒤안길에서 나와 헤르만은 어딘가 모르게 강물을 따라 조금씩 어긋나게 흘러갔다. 찬란함 속에 있으면서 소중함을 몰랐기에 덧없이 흘러 보내고, 어떤 성취를 이루고픈 조급함에 답을 찾고자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지금껏 이 문장이 내 속에 살아 나를 이끌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잠깐 나이라는 요술에 걸려 자신의 가슴 깊숙이 살아 숨 쉬는 뭔가를 잊고 살았다. 찬란함은 꿈을 잃지 않은 자에게 주어짐을, 때론 무모하고, 어설프고, 한때의 격정이었어도 그 꿈이 있었기에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일 수 있었다. 꿈을 꾸는 자는 누구나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다. 대자연의 품에서 벌거벗은 꿈을 받아들일 때 청춘은 그렇게 다시 피고 지고, 나는 오늘도 청춘을 살아간다.

이서안 소설가


#청춘#찬란함#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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