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인권외교’ 가속… 100년전 ‘아르메니아 학살’ 끄집어내 터키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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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튀르크의 아르메니아 학살… 집단학살로 규정해 시인 요구
터키 “역사학자가 다룰 논쟁” 반발
바이든, 6월 G7 정상회의서도 中 신장위구르 탄압 이슈화할 듯

취임 후 줄곧 인권 외교를 강조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는 40년 만에 20세기 초 터키의 전신 오스만튀르크가 자행한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집단학살(genocide·제노사이드)’로 규정했다. 중국, 러시아 등의 인권 탄압을 거세게 비판한 그가 중동 맹주 터키에 대해서도 인류의 보편 가치를 지키고 과거 잘못을 시인하라는 취지로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르메니아 대학살 추모일인 24일 성명을 통해 “집단학살에서 숨진 모든 아르메니아인의 삶을 기억하고 기린다”며 전 세계 어디서도 잔혹 행위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자고 밝혔다. 역대 미 대통령은 매년 4월 24일 성명을 통해 대학살을 추모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집단학살’ 표현을 쓴 후 후임자들은 터키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쓰지 않았다.

국제 역사학계는 1915년 4월 24일부터 1923년까지 오스만튀르크가 기독교 아르메니아인이 오스만의 적국 러시아와 손잡을 것을 우려해 군경을 동원해 민간인을 대거 학살하고 추방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기아 등까지 더해져 150만 명이 희생됐다. 일부 학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앞선 20세기 최초의 집단학살로 평한다. 이에 대해 터키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역사학자가 다뤄야 할 논쟁을 ‘제3자’가 정치화하거나 내정 간섭 도구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터키 외교부 역시 데이비드 새터필드 터키 주재 미국대사를 초치했다. 양측 긴장이 높아지자 미국은 26, 27일 터키 내 외교공관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터키는 미국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속해 있다. 냉전 시절 ‘공동의 적’인 옛 소련에 맞섰으나 2003년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 폐해가 심해지고 러시아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친러 행보를 보이자 관계가 악화됐다. 부통령 시절 터키를 네 번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에 “에르도안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전제 군주”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로 터키가 자국 내 미 공군기지 사용을 문제 삼거나 러시아와 더 밀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의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바이든#인권외교#g7 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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