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변종국]MZ세대 ‘합리적 노조’ 바람… 사측도 귀 기울여야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4-22 03:00수정 2021-04-2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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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산업1부
성과급과 보수 체계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무·연구직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설립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룹 내에서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직군들이 정당한 대우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기존 노조와 전혀 다른 모습을 지향하는 점이 눈에 띈다.

노조 설립을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모인 이들은 70% 이상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라 불리는 2030세대다. 민감할 수밖에 없는 보수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투쟁을 앞세우기보다는 대중에게 공감받는 스마트한 노조가 되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기존 양대 노총과의 연대는 안 된다” “투쟁이란 말은 쓰지 말자” “기존 노조와는 달라야 한다”는 반응이 이를 보여준다.

이들은 파업과 투쟁 위주의 활동으로 대내외에서 비판을 받던 기존 노조를 답습했다간 ‘또 다른 강성·귀족 노조’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한 30대 사무직 근로자는 “정년 연장이나 자리보전, 세력 불리기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정당한 대우를 꾸준히 주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폭력적, 대립적 노동 운동으로 합리적인 목소리가 설 자리를 잃은 한국의 현실에서 이런 움직임은 반길 만하다. 하지만 이런 초심이 실제 건설적 노사 관계로 이어지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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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새로운 노조 활동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주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회사의 노조답게 미래 산업 변화에 대응할 현실적 고민도 치열하게 해야 한다. ‘떼만 쓰는 노조’ ‘어용 노조’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기존 현대차그룹 노조가 ‘귀족노조’로 비판받았던 건 자신들의 복지와 임금을 최우선에 두느라 협력업체, 비정규직 등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무직 노조가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측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 대지 말고 왜 MZ세대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게 됐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미래 주역인 MZ세대와의 소모적인 대립은 회사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 전체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이 회사에 기여한 데 비해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빨리 바꿔서 직원들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MZ세대가 나서면 노사 관계도 달라진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게 현대차 노사 모두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mz세대#합리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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