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CEO 서밋에서 특별세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10.31. 뉴시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설계 스타트업인 ‘그록’과 기술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구글 등 자체 추론용 AI칩 제조사를 견제하고 미래 경쟁자를 포섭하기 위해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24일(현지 시간) 그록은 “회사의 추론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엔비디아와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의 일환으로 그록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로스를 비롯해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서니 마드라 등은 엔비디아에 합류했다.
형식은 라이선스 체결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수합병(M&A)이라는 평가다. 외신에서는 엔비디아가 반독점법을 피하기 위해 일부 기술과 인재 빼가는 ‘인력 흡수(Acqui-hire)’ 형태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거래가 메타의 스케일AI 인수,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캐릭터AI 경영진·기술 인수 등과 같은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선스 체결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신 등은 엔비디아가 그록에 200억 달러(약 29조 원)의 현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역사상 최대 거래다.
그록은 2016년 설립된 AI 반도체 설계회사로, 특히 AI 추론칩 설계에 특화됐다는 평가다. 지난 9월에 7억5000만달러를 조달하면서 약 69억달러(약 10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바 있다. 올해 연간 5억 달러(약 700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미래 잠재적인 경쟁자를 사실상 인수하는 것과 동시에 자체 추론용 AI칩을 만드는 구글 등을 경계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구글이나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은 각각 자사의 전용 추론용 AI칩인 7세대 텐서프로세싱유닛(TPU) 아이언우드와 트레이니엄3 등을 공개하며 엔비디아를 압박했다. 그록 창업자인 로스 CEO도 구글 TPU의 핵심 설계자 한 명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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