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무규칙에 검경 송치 규정 넣겠다는 공수처의 월권 발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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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
김진욱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은 그제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판검사 사건은 검경이 수사했더라도 공수처가 송치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의 사건사무규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사는 경찰이나 공수처, 또 다른 기관이 하더라도 기소는 검찰이 맡는 것이 원칙이다. 공수처는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다 맡아온 중대 사건 중 고위공직자범죄를 떼어내 수사를 맡기기 위해 신설한 것이다. 공수처도 기소할 때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다만 고위공직자가 판검사인 경우에 한해 공수처에 수사권과 함께 예외적으로 기소권을 줬을 뿐이다.

공수처의 예외적 기소권을 최대한 선의로 해석하자면 판검사 사건에서 검사는 기소기관으로, 판사는 판결기관으로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으니 제3의 공수처가 수사는 물론이고 기소까지 맡아 재판에 임해 최선을 다하라는 뜻이다. 그 기소권은 공수처가 한 수사에 부수되는 권한으로 봄이 타당하다. 공수처 관할 범위의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에 범죄 인지단계에서부터 통보 의무를 부과하고 공수처에 이첩을 강제할 권한을 준 것은 수사부터 하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애초 공수처법에 따로 송치에 관한 규정을 뒀어야 한다. 스스로 수사하지 않은 사건을 송치받아 기소만 하겠다는 건 공수처가 본래 수사기관임을 망각하고 기소기관처럼 되겠다는 월권적인 발상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을 검사가 관련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공수처에 이첩했으나 김진욱 공수처장은 공수처가 구성을 채 마치지도 못해 수사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 재이첩했다. 그러면서 기소 전에는 공수처에 다시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하고 그 요구가 논란이 되자 그것을 정당화하는 내용을 뒤늦게 수사규칙에 담겠다고 한다. 과연 공수처의 사건 송치 요구권이 국회에서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공수처의 내부 규칙으로 신설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사무규칙#검경#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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