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민주 국가 경제협력”… 中 ‘일대일로’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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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들이 도움 필요한 곳 돕자”
英총리에 ‘서구식 일대일로’ 제안
“中에 경제 패권 내줄라” 위기 의식
‘신장 인권침해’ 양국 갈등도 심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사업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기 위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경제 인프라 협력을 제안했다. 중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인권, 민주주의 등 이념은 물론이고 ‘돈’에서도 동맹과의 협력 및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또한 대표 반미 국가인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제안을 한 사실을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들이 모여 도움이 필요한 지역들을 돕는, (일대일로와) 본질적으로 유사한 이니셔티브를 끌어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전에도 자신이 집권하는 중에 중국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또한 26일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을 비판한 나이키, H&M 등 서구 브랜드에 대한 중국 내 불매운동을 비판했다. 그는 “미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입하는) 상품이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권리가 있다”고 가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집권 후 현대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일대일로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100여 개 개발도상국에 중국 자본과 기업이 주도해 통신 항만 도로 등 각종 기반시설 사업을 지원하는 작업이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들 국가가 일대일로와 연계해 추진한 인프라 프로젝트는 2600개가 넘는다. 투입된 자금은 3조7000억 달러(약 4200조 원)에 이른다.

중국이 투자라는 명목하에 돈을 빌려주지만 사실상 그 돈을 고스란히 중국 기업이 회수하는 구조여서 상당한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이들 나라의 취약한 경제구조와 대내외 위기 등으로 대부분의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매몰 비용이 너무 커서 사업을 접지도 못한 채 대중국 경제 종속만 심해졌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이뤄지려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100여 개 국가를 설득하고, 중국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 등을 외교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그간 반중(反中) 연대에 참여할 우군 확보에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을 순방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교장관과 포괄적 협력 협정에 서명했다.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양국이 향후 25년간 정치·전략·경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신장위구르 탄압을 비판한 게일 맨친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 회장 및 토니 퍼킨스 부회장, 마이클 총 캐나다 연방 하원의원, 캐나다 의회 내 국제인권소위원회를 제재했다.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28일 “중국의 다음 제재 대상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 협의체인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jarrett@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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