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무기 개발로 경쟁력 강화… 미래 국방, ‘K 방산’이 이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입력 2021-03-29 03:00수정 2021-03-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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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자주국방]
北,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도발… 핵-미사일 고도화 징후 속속 감지
美 “북핵 해결 위해 제재 강행… 트럼프의 보여주기식 협상 없어”
인공지능-드론-로봇-3D 등 접목… 4차 산업혁명 기반 방위산업 주도
내수 중심서 수출형 산업으로 전환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전투기(KFX) 시제 1호기의 최종 조립 작업이 지난달 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천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지난 반세기 동안 대내외 도전과 안보 위기를 꿋꿋이 극복하면서 최신예 공격기와 잠수함, 전차, 정밀유도무기 등을 생산해 중동과 유럽 등 8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기적을 일궈냈다. 국방력과 국가 안보의 원천인 방위산업이 ‘제2의 도약’을 이루려면 과감한 규제 철폐와 범정부 차원의 수출 지원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방일보 제공
올해 1월 14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 당 대회 열병식의 ‘클라이맥스’는 북극성-5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4형보다 탄두부를 키운 ‘다탄두 SLBM’이 유력시되면서 북한의 핵 위협이 조만간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여러 발의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은 위성의 감시를 따돌리고 바닷속 잠수함에서 기습 발사된 뒤 복수의 표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어 ‘최종 병기’로 불린다. 적국의 핵 공격에도 살아남아 ‘제2격(핵보복)’을 가할 수 있는 유일한 핵무기이기도 하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6년 북극성-1형과 2019년 북극성-3형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이후 SLBM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 증대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SLBM의 등장이 북핵 고도화의 징후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은 3월 25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이 함경남도 연포비행장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1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탄두 무게를 크게 늘려서 전술핵 탑재도 가능한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이달 17일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 개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도 북한 핵·탄도미사일 위협이 동맹의 최우선 관심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 北 대미·대남 핵무력 극대화에 다걸기

실제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하노이 노딜’(2019년 2월) 이후 장기간 교착되는 국면을 틈타 북한은 한미를 겨냥한 핵무력 강화에 ‘다걸기(올인)’하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화성-14·15형 등 기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바퀴축이 11개나 되는 ‘초대형 괴물 ICBM’까지 공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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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초 당 대회 결산 보고에서 “핵 선제 및 보복타격”을 거론하면서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핵추진잠수함(SSBN)과 전술 핵무기 개발 사실까지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노골화한 것이다.

군은 북한이 수 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급 전술핵을 변칙 기동이 가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같은 대남타격 신종 무기에 장착한 뒤 장사정포와 함께 대량으로 섞어 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로 구성된 미사일방어망의 완벽한 대처가 힘들기 때문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다종·다양화된 핵무기를 대거 배치해 한미 양국에 대한 전략·전술적 우위를 점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유사시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 위협으로 미 증원전력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남 핵 위협으로 전쟁을 조기에 종결짓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징후가 속속 감지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북한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영변 핵시설 일대와 평양 인근 강선의 농축시설, 평안북도 용덕동의 핵무기 저장 추정 시설에서 이상 조짐이 잇달아 위성에 포착됐다. 특수궤도차와 액체질소 운반용 트럭이 드나들고, 새로운 구조물이 들어서는 점으로 볼 때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물질 증산의 가속화 신호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7월 미 육군은 자체 보고서에서 북한이 매년 6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고, 그해말까지 최대 100개의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선 북한의 핵 소형화 성공 가능성이 제기됐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핵무력은 완성 수준을 넘어 양산 단계로 진입해 질적 양적으로 극대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 비핵화 고삐 죄는 美, 도발 타이밍 노리는 北

현대로템이 미래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 현대로템 제공
북한의 핵 위협이 위험수위로 치닫자 바이든 미 행정부의 상응 조치도 가시화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 공개한 ‘잠정적 안보전략 지침’에서 북한을 중국, 러시아, 이란과 함께 주요 안보위협으로 지목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제재든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선행돼야 하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처럼 ‘보여주기식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북 군사적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지난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2017년 당시 북한이 미 본토를 향해 핵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있었다면서 미사일방어 능력 강화의 가장 큰 이유로 북한 미사일 위협을 지목했다. 또한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마이크 스튜드먼 정보국장이(해군 소장)은 국제 안보 관련 행사 연설에서 최근 북한의 핵 재처리 관련 동향을 심각히 우려한다며 도발 가능성을 주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바이든 행정부가 압박·제재 위주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실행할 경우 그에 상응해 무력시위 강도를 증가시켜 갈 것이란 얘기다. 군 소식통은 “북한은 미국을 협상판으로 유인할 수 있는 도발 유형과 최적의 타이밍을 고민할 것”이라며 “신형 SLBM과 ICBM 도발까지도 강행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방위산업은 국가 안보와 국방력의 원천

이달 17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의 피티팔 조선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기술 지원으로 건조된 1400t급 잠수함 3번함의 인도식이 진행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북한의 핵 위협이 가중될수록 국가 안보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사시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을 든든히 지켜낼 국방력을 갖추는 것은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위협도 대처할 수 있는 국방력을 건설하려면 탄탄한 방위산업이 토대가 돼야 한다.

실제로 국내 방위산업의 반세기 역사는 숱한 안보적 도전을 극복하면서 기적과 같은 도약과 발전으로 점철됐다. 1970년대 초 북한의 위협과 주한미군 철수 등 안보 위기가 불거지자 당시 정부는 ‘자주국방’을 기치로 무기 국산화의 시동을 걸었다.

모든 분야의 인력과 기술, 자원 등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어 미국 무기를 역조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군용차량과 함정, 전차, 자주포를 자체 생산했고, 잠수함까지 독자 건조할 정도로 역량을 키웠다. 1990년대 이후에는 함대함 유도미사일 등 정밀유도무기를 비롯해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경공격기, 헬기를 설계 제작하는 ‘방산 강소국’ 반열에 올라섰다.

2010년대 들어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천궁 유도탄을 개발 배치하는 한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와 한국형 전투기(KFX)의 전력화도 추진 중이다.

해외 수출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미국과 필리핀 등에 소총 탄약을 팔던 시절에서 2000년대 이후에는 전차와 자주포, 경공격기, 잠수함 등 주력 무기들을 유럽 등 80여 개국에 수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지역 최대 방위산업 전시회인 ‘IDEX 2021’에도 한화디펜스와 LIG넥스원, 현대로템, SNT모티브 등 주요 방산업체들이 참가해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수출 시장 개척에 청신호를 올렸다.

하지만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국내 방위산업이 한계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주요 방산기업의 매출과 수출, 영업이익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등 경쟁국의 저가 공세와 주요 방산 선진국들의 대한(對韓) 견제는 날로 심화되는데 과도한 지체상금(납기 지연 벌금)을 비롯한 방산 관련 규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 수출시장에서 ‘K방산’이 고군분투하는 것도 현실이다.

방위산업이 제2의 기적을 일궈내려면 범국가적 지식 기반 및 먹거리 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방위산업을 사회 전 분야의 연구 인력과 기술과 역량이 한데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국가 종합산업으로 바꾸는 정책적 조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방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범부처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인공지능(AI), 드론, 로봇, 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접목해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달부터 시행된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방위산업발전법)’이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이 법률은 국내 업체가 개발 중이거나 개발을 끝낸 국산 부품을 무기체계 연구개발 및 전력 운영 사업에 우선 적용하고, 군이 해당 제품의 시험평가를 지원하는 조항이 주 내용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방산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고난도 기술 개발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지체상금 감면과 개발 기간 연장 등의 혜택을 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국방기술의 연구개발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 기회를 활성화하고, 산학연 중심의 과제 기획과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도 더욱 내실화해서 K방산의 부응을 견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국내 방위산업의 성패는 내수 중심에서 수출형 사업으로 얼마나 빨리 탈바꿈하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범정부 차원의 과감한 규제 철폐와 제도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新자주국방#국방#차세대 무기 개발#k 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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