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도발에 文 “대화” 바이든 “맞대응”… 동맹간 공조 이상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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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 11주기를 맞은 어제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서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때”라며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도 ‘대화 노력’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 위반’을 적시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그에 맞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 직후 나온 한미 정상의 발언은 그 인식의 격차를 뚜렷이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어떻게든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천명한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역으로 북한에 되돌리며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런 두 정상 간 인식차가 당장 북한 위협에 맞선 대응 방식의 엇박자로, 나아가 동맹 간 균열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유엔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한 북한 도발에도 여전히 기존의 유화적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 희생된 우리 장병들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북한을 향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는 없었다. 그 대신 나온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이라는 표현은 두루뭉술하다 못해 알쏭달쏭하기까지 하다. 그것이 과연 북한의 도발 행위에 경고를 던진 것인지, 아니면 미국의 맞대응 자제를 주문한 것인지 의문을 낳게 한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선을 넘은 도발에 원칙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만 해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이라고 했지만, 국제규범인 유엔 제재 위반에 대해선 묵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북한의 제재 위반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소집도 요구했다. 북한에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비핵화라는 최종 결과가 (대북)외교의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는 내주 말 워싱턴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에서 사실상 마무리된다. 한미가 ‘완전한 조율’을 다짐했지만 이미 불거진 간극은 구체적 대응과 해법의 불일치로, 종국엔 동맹의 공동 대응 불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 노린 게 바로 이것이다. 당장의 평화에 급급한 유화 노선이 결국 위기를 부른 숱한 역사를 되돌아봐야 한다.
#북한#도발#문재인#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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