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이직’ 글 작성자 찾으려 LH 압수수색

경찰, ‘블라인드’ 美본사에도
이메일 영장 보내 서버 자료 요청
한국지사 못찾아 허탕치기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들이 17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세종=뉴시스

경찰이 경남 진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직장인 전용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에 “꼬우면 니들도 이직하든가”라는 조롱 섞인 글을 올린 글쓴이를 찾기 위해서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오후 3시부터 LH 본사에 직원 5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구체적인 압수물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블라인드 운영사인 미국의 팀블라인드 본사에도 “서버에 있는 자료를 제출해 달라”며 영장을 이메일로 집행한 뒤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서울 강남구의 한국지사에 직원을 보냈다. 서버 자료를 압수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은 비어 있었고, 뒤늦게 실제 사용하는 사무실을 확인했지만 직원들이 퇴근한 뒤였다. 경찰은 다시 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일자 9일 한 직원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다니련다”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이직하든가” “공부 못해서 못 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 극혐”이라는 글을 올려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블라인드에 가입하려면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인증을 받아야 해 글쓴이가 LH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LH는 14일 게시물을 올린 글쓴이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혐의로 진주경찰서에 고발했고 경남경찰청이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팀블라인드는 가입자의 모든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저장 후에는 누구의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글쓴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