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부동산 적폐 청산”… 엄포·다짐뿐인 속빈 투기대책

동아일보 입력 2021-03-16 00:00수정 2021-03-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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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러 분야의 적폐 청산을 이루어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집값 안정에만 몰두하느라 이전 정부 때부터 누적된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는 모두 현 정권 출범 이후 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설령 오래된 투기관행이 있었더라도 남 탓할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동산 적폐 청산과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공공주도형 공급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H 위주의 공공주도 공급을 그대로 둔 채 투기를 막는 것은 한계가 적지 않다.

전날 정세균 총리는 LH 임직원에 대해 실사용 목적 이외의 토지 취득을 막겠다고 했다. 정부는 현행 4급 이상인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부동산 정책 관련자에 한해 5급 이하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실사용 목적을 판단하기 어렵고 차명 거래는 드러나지 않는다. 실효성이 떨어져 시늉 내기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LH 신뢰가 회복 불능이라고 하면서도 조직 분리 같은 큰 폭의 개편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 LH 해체나 분리가 능사는 아니다. 다만 공공주도 공급에 얽매여 LH 개편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는 준법윤리감시단 설치 등 LH 내부 통제를 강화한다지만 현재도 감사 시스템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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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투기 의혹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신도시에서 도로 철도 산업단지까지 번졌다. 공공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농지 제도를 손보는 정도로는 재발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민간규제 공공주도’ 정책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공공의 역할과 규제가 많을수록 정보를 빼내거나 규제를 피했을 때 투기 수익이 커지기 마련이다. 정부는 부동산 적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설익은 투기 방지책을 남발할 게 아니라 모든 수사능력을 동원해 투기 의혹부터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문재인#부동산#적폐#투기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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