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무형유산 ‘제주해녀문화’ 고령화로 명맥 끊기나

임재영 기자 입력 2021-02-24 03:00수정 2021-02-24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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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활동 해녀 3613명 집계
70세 이상 고령, 전체의 59% 차지
해녀 배출 없으면 10년 후 급감
제주도, 정착금 등 지원사업 확대
제주지역 해녀의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며 현직에서 활동하는 해녀가 급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 해녀의 고령화 등으로 현역으로 활동하는 해녀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해녀문화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제주시 2141명, 서귀포시 1472명 등 모두 3613명으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해녀는 1965년 2만3000여 명에 이르렀다가 산업화, 관광 개발 등으로 1975년 8400여 명으로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4377명으로 줄었다.

2019년 말 기준 해녀는 3820명이었으나 1년 만에 207명이 더 감소했다. 도 관계자는 “증감 추이를 보면 고령화, 질병 등에 따른 조업 포기 및 사망 등으로 237명이 줄어들었다”며 “반면 신규는 해녀학교 수료자 어촌계 가입, 기존 해녀 물질 재개 등 30명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이 생업인 해녀가 소수인 상황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녀의 고령화다. 연령대별 해녀를 분석해 보면 30∼40세 77명, 50∼69세 1400명이고, 30세 미만은 4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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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관계자는 “70세 이상 고령은 2132명으로, 전체의 59%를 차지한다”며 “신규 해녀가 늘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해녀 수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제주도는 해녀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해마다 다양한 해녀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235억 원을 들여 신규 해녀 초기 정착금, 어촌계 신규 가입비, 안전보험 가입비, 해녀 진료비, 유색 해녀복 등을 지원한다. 소득을 높이기 위해 수산종자 방류, 패·조류 살포, 소라 가격 안정 및 판매 촉진 행사 등을 추진한다. 해녀 탈의장과 공동작업장 보수 및 시설 개선 사업도 펼친다. 매년 해녀축제를 개최하는 한편 2018년에 ‘해녀의 날’을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원 사업에도 불구하고 물질을 이어받는 신규 해녀는 드문 실정이다. 제주시 한수풀해녀학교 등에서 해녀를 배출하는데 직업반을 수료하는 이는 매년 10여 명 수준이다. 해녀가 상당한 소득을 올리려면 현장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한 전문가는 “테왁(부표의 일종)에 의지해서 하루 4∼7시간 동안 바다에서 견뎌야 하는 물질 작업이 고통스럽고 겨울철 파도가 높을 때는 목숨까지 위태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현직 해녀 상당수는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라, 전복, 천초 등 해산물이 풍부한 일부 어촌계는 가입이 까다로운 점도 신규 진입을 막는 요인이다.

기계장비 없이 바닷속에서 숨을 참고 해산물을 채취하는 해녀는 제주와 일본 일부 지역에만 있을 정도로 희귀하다. 초인적인 잠수능력을 비롯해 독특한 언어와 무속신앙, 노동과 함께 만들어진 노래, 공동체 조직 등 제주해녀문화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제주해녀문화는 국내외에서 유산 가치를 인정받았다. 1971년 해녀노래가 제주도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제주도 민속문화재 제10호, 2015년 국가중요어업유산 제1호,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32호 등으로 지정됐다.

양홍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이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청년층이 도전을 꺼리는 것 같다”며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어촌계 진입장벽도 개선해 해녀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지역#해녀#명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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