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내야 휘어잡겠다” 당찬 새내기 김휘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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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지만 2루-3루 수비도 가능…타격도 김하성 닮은 중장거리포
2019년 부상땐 자비로 日서 재활…약점은 지독할 정도로 보완해내

“너 왜 왔냐?”

KBO리그 스프링캠프 개시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정재권 신일고 감독(47)은 올해 키움에 입단한 제자 김휘집(19·사진)이 예고 없이 모교를 방문하자 이렇게 물었다. 김휘집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구단에서 이틀 휴가를 줬다. 몸이 무거워질 것 같아 훈련하러 왔다”고 답했다. 정 감독은 기가 차면서도 기특했다. 고교 시절에도 정규 훈련이 끝난 후 알아서 개인 훈련까지 하던 아이. 김휘집은 그런 제자였다.

키움의 주전 유격수이던 김하성(26·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MLB) 진출로 커다란 공백이 생긴 가운데 같은 포지션의 신인 김휘집이 주목받고 있다. 키움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김휘집은 고교 시절 감독과 스카우트들로부터 ‘만능 내야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3루수와 2루수 등 내야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타격 능력도 김하성처럼 ‘중장거리포’에 가깝다. 지난해 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3, 4홈런, 15타점을 기록했다. 캠프 시작 후 일주일가량 김휘집을 지켜본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44)는 “선구안과 손목 힘이 좋은데 하체도 유달리 굵고 탄탄하다. 하체를 활용하는 법을 잘 가르치면 지금보다 비거리도 잘 나오고, 더 좋은 타구를 생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한 정신력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고교 시절이던 2019년 1월 태국 치앙마이로 전지훈련을 떠난 지 나흘째 되던 밤, 홀로 남아 줄넘기를 하던 김휘집은 돌연 왼쪽 발을 붙잡고 쓰러졌다. 피로골절이었다. 어린 김휘집이 보여준 반응은 놀라웠다. 스스로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재활 성지로 불리는 이지마 접골원을 찾아내더니, 자비를 들여 한 달간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부상 때문에 1년 유급을 했지만 반년 만에 부상에서 말끔히 회복한 그는 이듬해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이를 악물고 보완해낸다. 지난해 초 한 스카우트는 김휘집의 송구하는 모습을 본 뒤 “어깨가 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휘집은 그날부터 자체 ‘보충수업’에 돌입했다. 저녁 훈련이 끝난 매일 오후 9시, 운동장에 홀로 남아 의자에 앉은 채 30분씩 공 던지는 훈련을 했다. 정 감독은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한 달에 7kg까지도 자유자재로 찌우거나 뺀다. 그만큼 독한 선수”라고 전했다.

이제 막 1군에 합류한 김휘집이 선배 김하성의 빈자리를 금세 메꾸긴 쉽지 않아 보인다. 일단 주전 유격수 자리는 김혜성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휘집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휘집은 “과거엔 결과에 초점을 뒀는데, 지금은 꾸준히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철저히 준비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김휘집은 오늘도 ‘포스트 김하성’의 기회를 잡기 위해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잡는다. 공교롭게 그의 한자 이름은 휘두를 휘(揮)에 잡을 집(執)이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휘집#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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